2000년 9월 문을 연 일본 사이타마 수퍼아레나에선 마돈나와 U2, 콜드플레이,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 스타가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 등도 이곳에서 공연했다.

21일 수퍼아레나에선 또 다른 스타의 '쇼케이스'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지난해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피겨 킹' 하뉴 유즈루(25·일본). 그는 이날 열린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섰다.

앞서 19일 공식 연습 때만 그를 보기 위해 3000명 이상의 팬이 보조 링크에 몰렸다. 오후 8시 10분, 하뉴가 몸을 풀기 위해 메인 링크에 오르자 3만6500석을 빼곡히 채운 관중이 갈채를 보냈다.

일본의 하뉴 유즈루(오른쪽)가 21일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다. 한국의 차준환(왼쪽)은 전체 35명 중 18위로 프리 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냈다.

전체 35명 중 30번째로 빙판에 선 그는 라울 디 블라시오의 피아노곡 '가을'에 맞춰 연기했다. 첫 점프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 기술을 실패할 땐 탄성이 아레나를 가득 채웠다. 나머지 점프 2개를 성공적으로 뛰자 탄성은 사라지고 함성이 얼음판을 뒤덮었다.

이날 하뉴는 94.87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홈 팬들은 연기를 마친 그에게 노란색 '곰돌이 푸' 인형 수천 개를 은반 위로 던졌다. 보조 요원 15명이 인형, 꽃을 치우는 데만 수분이 걸렸다. 하뉴가 23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한다면 개인 통산 세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거머쥔다.

이번 대회는 하뉴가 4개월 만에 치르는 복귀전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로스텔레콤컵)에서 오른 발목을 다치며 빙판을 떠났다. 당시 대회에서 우승한 하뉴는 목발을 짚고 시상대에 올랐지만, 이후 열린 모든 국제 대회를 건너뛰며 회복에 집중했고, 결국 안방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18·휘문고)은 79.17점으로 18위에 그쳤다. 개인 최고점(97.33)에 한참 못 미쳤다. 점프 3개 중 마지막에 뛴 트리플 악셀 착지 때 넘어지는 바람에 점수를 잃었다. 차준환은 경기 후 "오전 연습 때 갑자기 부츠가 무너져 테이프를 감고 출전했다. 실수가 있었지만 아직 프리스케이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머라이어 벨(23)과의 충돌로 후유증을 겪었던 임은수(16·신현고)는 다시 밝은 얼굴로 빙판에 설 수 있게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날 "벨이 임은수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전해왔다"고 밝혔다. 임은수는 그의 사과를 받기로 했다. 두 사람은 22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치고 만날 예정이다.

임은수는 지난 20일 공식 연습에서 벨의 스케이트 날에 왼쪽 종아리를 베였다. 긴급 처치를 받은 그는 부상 후 6시간 만에 치른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로 선전했다. 벨은 6위였다. 임은수의 소속사 '올댓 스포츠'가 "벨은 사고 이후 사과하지 않았다.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항의했고, ISU는 21일 한·미 선수단 관계자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관계자가 "훈련 음악이 시작된 상태라 벨이 충돌 후 바로 사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임은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