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인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서울에서 60㎞쯤 떨어진 영흥도 바닷가에 있는 이 발전소의 석탄 야적장에서 수송 작업이 한창이었다. 야적장 면적은 40만여㎡. 축구장(7140㎡) 56개 넓이다. 높이 10m쯤 되는 검은색 언덕이 수십 개 솟아 있었다. '석탄 사막' 같았다.
발전소 관계자는 "잘게 분쇄된 석탄 가루를 이렇게 야외에 보관한다"고 했다. 지붕이나 가림막은 없었다. 마스크와 헬멧을 착용한 작업자들이 돌아다녔다. 야적장 곳곳에서 대형 스프링클러들이 물줄기를 뿜어댔다.
발전소 측은 "미세 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수시로 물을 뿌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기에 노출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석탄을 발전소 내부로 수송하는 구조상,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 미세 먼지 발생을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한국전력 산하 5개 화력발전사(중부·서부·남동·남부·동서발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탄 야적장은 전국 10곳(180만여㎡)으로 석탄 약 322만t이 대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 252개 면적에 해당하는 이 야적장들은 영흥도(인천), 보령·당진·태안(충남), 고성·하동(경남), 여수(전남) 등 전국에 퍼져 있다.
2017년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 먼지 관리 종합 대책'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15%로 사업장(38%), 건설기계·선박(16%)에 이어 3위였다. 가동이 중단된 발전소의 미세 먼지 수치가 가동 중인 발전소 수치보다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철규 의원실은 지난해 가동을 중단한 보령 1·2호기와 가동을 했던 3~8호기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수치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가동을 중단한 1·2호기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소가 있는 지역들의 미세 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석탄 야적장을 지목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하역 및 야적'으로 발생하는 미세 먼지의 양은 연간 9200㎏이었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전국에 산재된 야적장에 대한 조사 및 통계가 아예 없어 집계가 가능한 곳만 추산하다 보니 누락된 양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부는 '야적장 실내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을 개정해 야적장을 의무적으로 실내화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초기에 건설된 화력발전소는 석탄을 야외에 보관함에 따라 석탄 분진이 날리면서 주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발전 5개사는 오는 2026년까지 야적장 실내화 사업 완료를 목표로 2조4000억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때까진 석탄 야적장 미세 먼지를 '물 뿌리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