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 前 평택교육지원청교육장

우리나라는 정권이나 장관,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이 요동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역대 대통령은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 기구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곤 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올 하반기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위원회는 10년 단위의 국가 교육 계획을 세우거나 학제·대입 등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에 따르면 교육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직무 독립성이 보장된다. 국가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는 반드시 이를 따르도록 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교육위가 설치되면 초정권·초당파적 합의에 의한 정책 결정을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교육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위 구성을 놓고 정치 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교육위 위원은 총 19명으로 대통령 지명 5명, 여당 몫 4명, 교육부 차관 1명 등 최소 10명이 정부 추천 인사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친정부 법외 노조인 전교조 인사가 참여하는 길도 열려 있다. 교육부에 대한 구속력까지 가지고 있어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위가 초정권·초당파적 정책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 가치에 명시된 교육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가 발탁되어야 한다. 교육위는 교육부 산하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과 기능이 유사하다. 교육개발원 설립 목적은 '한국 교육의 당면 과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미래 교육 체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교육개발원을 확대 개편해 전문가를 충원해도 교육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교육위 설립을 고집한다면 무엇보다 대통령 소속으로 하지 말고 명실상부한 독립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또 정치 바람을 타는 인사를 배제하고 전문성과 대표성을 지난 다양한 교육 당사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위 위원은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추후 정치권 진출도 10여년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교육위 구성은 공청회와 여야 합의를 통해 최종 확정되어야 한다. 교육위는 보수·진보 등 특정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