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사한 울산시장 측근들에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울산경찰청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등이 지역 레미콘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외압을 넣었다며 시장 비서실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김 전 시장이 한국당 공천을 받은 바로 그날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던 김 전 시장은 압수 수색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결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런데 검찰이 다시 수사한 결과 외압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사 책임자인 울산경찰청장은 수사 개시 직전 민주당 유력 후보를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로비를 했다. 이후 시청 압수 수색이 이뤄졌다. 경찰은 레미콘 사건뿐 아니라 아파트 사업 개입과 회사 자금 횡령 의혹, 후원금 뇌물 의혹 등을 수사한다며 6개월 가까이 김 전 시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수사 내용이 공개되고 피의 사실은 무차별적으로 공표됐다. 그러나 대부분 무혐의이고 기껏 찾아낸 것은 김 전 시장 본인도 아닌 동생이 2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뇌물 혐의 증거는 나오지도 않았다. 경찰이 이처럼 수사 핑계로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면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찰의 이 수사 자체가 선거 범죄이고 정권을 향한 로비 아닌가. 진짜 수사받아야 할 대상은 울산시장이 아니라 그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다.

수사를 둘러싼 '선거 개입' 논란이 일자 경찰은 "무혐의를 밝혀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수사 책임자는 "상당히 절제해 수사했다. 야당이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을 죽여 놓고 '아프지 않게 했으니 고마운 줄 알라'고 한다.

청와대 특감반 출신인 김태우 수사관은 "지방선거 전 (다른 특감반원이 작성한) 울산시장 수사 동향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가 야당 광역단체장을 사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방선거 당시 경찰은 울산시장뿐 아니라 한국당 창원시장 후보가 공천을 받은 바로 그날 해당 후보 수사 사실을 흘렸다. 이 후보도 선거에서 낙선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추대된 날에는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흘렸다. 이 조사는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야당 대표 일행이 비행기에 탑승할 때 보안 검색을 생략했다는 혐의로 공항 관계자들을 수사한 적도 있다. 반면 여당의 '대선 댓글 조작' 수사에선 증거인멸을 사실상 방치하고 여당 후보를 감싸고돌았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고 의도는 없다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