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인터넷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12억 이상만 공시가격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 '집값이 2억원 넘게 빠졌는데 공시가격이 왜 2억원 넘게 올랐느냐'는 불만부터 "가격 결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근거를 알려달라는 민원도 많다. 실거래가격이 비슷한 인접 아파트 단지들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서 주민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세금이든 인상에는 불만이 따를 수 있다. 정부가 세금 인상 이유를 납세자 개개인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공시가격처럼 아파트 단지의 가격·거래 동향이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경우는 다르다. 책상에서 서류를 취합해 공시가격을 매기는 공무원보다 아파트 주민이 현실을 더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내 아파트 공시가격이 다른 아파트와 비교해 볼 때 납득이 안 된다"고 여겨지면 항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타당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구체적 산정 기준을 알려 줄 수 없다"고만 하면 납세자들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정부는 지난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시세 12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1339만채 중 28만채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말과 달리 서울 강북 지역을 포함해 서울 인근 수도권과 광주광역시·대구 등지 118만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시세 6억원 이상 아파트 대부분이 15~20%나 인상됐다. 중산층 상당수가 공시가격 급등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

공시가격은 주택 재산세·종부세뿐 아니라 건보료 산정과 각종 복지 혜택 선정 기준 등 60개 행정지표에 반영된다.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민들 사이에서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산정됐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다. 세금은 형평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채 강제하는 세금은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