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테러의 주범인 브렌턴 태런트가 15일(현지 시각)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

"문제는 출산율(It's the birth rates), 출산율, 출산율이야." 뉴질랜드 테러 용의자인 브렌턴 태런트(28)가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매니페스토(선언문)'는 이렇게 시작한다. 서구 백인들의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무슬림 등은 다출산으로 급속도로 인구를 불리는 데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현한 것이다.

태런트는 70여 쪽의 '매니페스토'에서 반(反)이민주의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노르웨이 학살범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썼다. 브레이비크는 2011년 노르웨이 노동당 여름 캠프에 찾아가, 폭탄과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살해한 반이슬람주의자다. 그 역시 범행 전 1518쪽에 달하는 방대한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뉴질랜드는 440만명의 인구 중 약 20%가 아시아와 중동, 남태평양 출신 이민자다. 진보 노동당 소속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지난해 "매년 1000명씩 받던 난민을 2020년부터 1500명씩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테러는 이민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병적인 분노에서 나왔다. 이민자가 건설한 나라로 다문화주의 성향이 강했던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 극단까지 반이민주의 증오 범죄가 상륙한 것이다. 그는 "뉴질랜드도 한국이나 중국, 일본처럼 단일 민족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테러는 IS·알카에다 같은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의 전유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중동 등 각국의 급변 사태와 세계화로 인구의 이동이 급증하면서 '불법 이민자에 의해 내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공포가 서구 선진국을 덮쳐, 정반대로 서구 극우주의자에 의한 무슬림과 이민자 테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는 유대인 예배당 총격 사건으로 11명이 사망했다.

이번 테러도 최근 수년간 유럽과 미국을 휩쓴 반무슬림·반이민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서구 젊은 네티즌에게 나치 문화나 각종 음모론을 공유하는 '인포워즈' '데일리 스토머' 같은 극우 사이트가 유행하고, 유대인 등을 죽이는 게임이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