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49명이 숨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을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이슬라모포비아)’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규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폭력과 증오에 대항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총기 난사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백인의 땅이 이민자의 땅이 되면 안 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을 가리켜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공포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영어와 터키어로 "나라를 대표해 이슬람 세계와 뉴질랜드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라고도 적었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에게도 쾌유를 빌었다.

2018년 10월 23일 터키 앙카라 의회에서 연설하는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모습.

터키는 이슬람 수니파(이슬람 가장 큰 종파) 맹주 자리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하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자 하는 터키를 유럽 국가로 분류한다면 에르도안은 유럽 내 가장 큰 이슬람 단체 지도자인 셈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마니페스토)에는 ‘살해해야 할 1순위 목록’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름이 있었다.

이날 사고로 사망한 사람 중에 터키인은 없다고 터키 민간 NTV가 터키 대사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다른 이슬람 국가인 UAE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에 애도를 표했다고 AP는 전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장관은 같은 날 "뉴질랜드에 애도를 표한다"면서 "폭력과 증오에 대항하는 우리의 집단적인 활동은 새롭게 계속돼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기도는 희생자 가족과 함께 있다"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 40분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의 알 누르 이슬람 사원 등 이슬람사원 두 곳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지금까지 용의자 4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남성은 3명, 여성은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며 "이번 총격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고 전례 없는 폭력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이번 총격 사건으로 뉴질랜드 이주민과 난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사건 발생 현장 지도.

실제 자신을 "28세, 호주 국적의 평범한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범 추정 인물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이민자를 상대로 한 증오를 쏟아냈다.

그는 87장에 달하는 선언문에서 이민자에 대한 ‘복수’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며 줄어드는 백인 출산율과 늘어나는 이민자 출산율은 "유럽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땅이 그들(이민자)의 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테러 이유를 밝혔다. 이슬람교도와 이민자를 배척하는 철저한 백인우월주의였다. 이 글은 테러 범행 현장을 카메라로 17분간 생중계한 브렌튼 테런트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