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가 흡연보다 더 많은 사람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미세 먼지 수준이 원전 사고 현장에서 받는 방사선보다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독일 마인츠 의대와 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880만 명이 미세 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한 연간 흡연 사망자 730만 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논문 제1저자인 토마츠 문첼 마인츠 의대 교수는 "흡연은 피할 수 있지만 오염된 공기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많은 이유는 입자의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인 초미세 먼지의 위험성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초미세 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혈액까지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고 했다. 호흡기뿐 아니라 다른 장기도 초미세 먼지의 공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이 지금껏 예상보다 심혈관계 질환을 더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은 이제 고혈압과 당뇨, 비만과 같은 정도의 건강 위험 요인이 됐다"고 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13일 "국내 수준의 초미세 먼지에 계속 노출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러 간 작업자보다 더 많은 방사선에 피폭되는 정도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는 최근 국내 수준의 초미세 먼지는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해 한국인 평균 수명을 6개월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교수는 "방사선으로 수명이 6개월 줄어들려면 총 1600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에 노출돼야 한다는 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분석"이라며 "80 평생 현 수준의 초미세 먼지를 마신다면 매년 20mSv의 방사선을 맞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19개월간 피폭된 방사선은 평균 12mSv였다. 결국 초미세 먼지가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보다 심한 방사선에 내모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오히려 미세 먼지 배출이 전혀 없는 원자력발전소는 국민을 상시적인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