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논설위원

"지난해에 비해 전시 증원(戰時 增援), 비(非)전투원 소개 훈련과 관련된 미군의 참여가 크게 줄고 자세도 소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난 12일 종료된 새 한미 연합 훈련 '19-1 동맹' 연습에 참가한 한 장교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19-1 동맹'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해 매년 실시돼던 키리졸브(KR)를 대체해 올해 처음 실시된 것이다. 지난 4일 시작돼 1주일(주말 제외)간 진행됐다. '19-1 동맹' 연습은 키리졸브와 마찬가지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게임(War Games)인 지휘소 연습(CPX)이다. 이번 연습에는 유사시 대북 반격 작전을 펼 때 미 지상군의 주력인 1군단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군단은 주한 미 2사단과 함께 지상 반격 작전을 펴는 핵심 부대다. 이는 방어와 반격 훈련을 함께했던 키리졸브와 달리 이번엔 방어 훈련만 했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 작전에 밝은 한 예비역 장성은 "이번 연습에선 군사령부급 이하 육군이 훈련 축소에 따른 타격을 가장 많이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 외에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 우리 정부와 한미 양국 군의 전면전 대비 지휘소 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이른바 3대 한미 연합 훈련을 모두 폐지키로 했다. 국방부는 3대 훈련 폐지에도 불구하고 대체 훈련 등 보완책을 마련해 한미 연합 방위 태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는 조정된 연습과 훈련을 통해 공고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비역 장성 등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미 연합 훈련 폐지 또는 축소가 "남북 군사 합의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며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①반격 없는 반쪽 짜리 연습

2주간 실시된 종전 키리졸브 연습은 첫 1주간(1부)은 방어, 나머지 1주간(2부)은 반격 연습 형태로 이뤄졌다. 반격 연습 중엔 한미 양국 군이 평양 또는 청천강 인근까지 북진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북 점령 지역에 대한 안정화(치안 유지) 작전 훈련이 이뤄졌다. 한미 특수부대를 투입해 김정은 등 북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는 훈련도 종종 실시됐다. 하지만 이번 연습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DMZ(비무장지대) 이북으로 북진하는 훈련은 실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 군의 핵심 연합 작전 계획인 '작계 5015'를 반쪽만 연습한 셈이다.

②미군 실전 경험 배울 기회 대폭 축소

한국군이 미군으로부터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됐다는 것도 문제다. 한 예비역 장성은 "우리는 전쟁 경험이 없지만 연합 훈련을 통해 실전 경험이 풍부한 미군들로부터 국제법적인 문제 등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반격 작전시 DMZ를 돌파할 때라는지, 중국군이 개입할 경우 등에 국제법적인 문제 등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폐지에 따라 우리 정부의 을지 연습과 한·미 양국 군의 프리덤가디언 연습이 분리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종전엔 UFG를 통해 우리 외교부·법무부 등이 유사시 호주·캐나다 등 유엔사 전력(戰力) 제공국들의 참전 문제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에서 근무했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한미 양국 군은 1~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기 때문에 이렇게 몇년간 지나면 연합 작전 능력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연합 훈련 경험자의 '소멸'도 우려했다.

③대규모 미 증원 전력 훈련 기회 상실

종전 키리졸브 연습에선 5개 항공모함 전단(戰團) 등 대규모 미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훈련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19-1 동맹 연습에선 종전과 같은 대규모 미 증원 전력 전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반격 연습 단계에서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여했는데 이번엔 방어 연습에 그쳤기 때문이다. 보통 연대~여단급 이상으로 실시됐던 대규모 연합 상륙 훈련인 쌍용 훈련이 폐지되고, 대규모 연합 공군 훈련인 맥스선더, 비질런트 에이스의 폐지가 유력시되는 것도 연합 방위 태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맥스선더나 비질런트 에이스는 전쟁 초기 제공권을 장악하고 700개 이상의 북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이어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던 것이다. 한미 연합 해병대 훈련은 대대급 이하로 축소됐는데 대대급으로는 실전적인 훈련이 어렵다. 군 소식통은 "연대급 이상은 돼야 합동 화력 연합 훈련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④대규모 훈련 중단 장기화, 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형해화 우려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장기화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철수나 한미 동맹의 형해화(形骸化) 우려도 나온다. 90년대 초반에도 북핵 협상용으로 팀스피리트 연합 훈련이 일시 중단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필요가 없어 훈련 중단은 군대의 존립을 흔드는 일"이라며 "연합 훈련 중단은 주한미군 감축·철수, 나아가 한미 동맹의 형해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호 교수는 "전략, 작전술 차원의 국가급 연합 훈련 폐지로 허울뿐인 한미 군사 동맹이 됐고, 세계 정상급 프로축구팀인 레알마드리드가 동네 축구팀으로 추락할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한미훈련할 때마다 1억달러 쓴다는데… 美, 실제론 年500억~700억원 부담
을지연습·키리졸브·독수리연습 훈련비용은 각각 150억~200억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내가 오래전에 포기했다"며 "할 때마다 1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폭격기가 괌에서 날아오는 데에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한 장성은 괌의 공군기지에서 폭격기가 출격할 경우 (한반도에) 수백만달러의 폭탄을 투하하고 괌의 공군기지로 돌아가는 데 수억달러가 지출된다고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 훈련 비용이나 전략폭격기 출동 비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보다 훨씬 적게 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해 8월 중단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경우 훈련 비용이 1400만달러(약 1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 연간 국방 예산 약 7000억달러의 0.02%에 불과한 수준이다.

UFG와 함께 대표적인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었던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경우도 200여억원의 돈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년간을 기준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된 비용은 연간 800억~1000억원 수준이다. 그것도 우리 측에서 300억~400억원을 부담해 미측 부담액은 500억~7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B-1B 폭격기가 괌에서 출동해 한반도에서 훈련한 뒤 복귀하는 데는 30억~40억원이,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출동에는 60억원의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추진 항모 출동 비용은 100억원, F-22 스텔스 전투기 출동 비용은 1억~2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