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수 정준영(29)의 ‘몰카 영상’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정준영 휴대전화기를 받아 복원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업체’에 전화를 걸어 "복구가 불가능 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SBS 8뉴스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로부터 추가 제보를 받았다"며 경찰이 포렌식 업체 측에 증거 인멸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SBS는 2016년 정준영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당시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복원한 사설 포렌식 업체에 복구 불가 확인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A 경찰이 "어차피 본인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데이터 확인해 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되고 그래서 ‘데이터 복원 불가’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안될까 해서요"라며 포렌식 업체에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찰의 요구를 듣고 포렌식 업체 관계자는 "저희도 절차상 행위는 있어야 해서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쓰기는) 좀 그렇다"며 거절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그냥 데이터 복구 불가로 해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좋겠는데"라며 재차 요청했다.

A 경찰관은 SBS에 "복원 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담당 수사관이 그런 얘기를 해달라고 의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통화한 건 맞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 8월 과거 여자 친구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았으나 결국 무혐의 처분됐다. 정준영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동영상 촬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 애인도 동의한 것으로 착각해 촬영했다. 촬영 영상은 이미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휴대폰이 고장났다"고 말한 뒤 자발적으로 포렌식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고 자발적 자료 제공을 요구했었다. 경찰은 이후 포렌식 자료를 첨부하지 않은 채 검찰로 수사 자료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정준영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관이 포렌식 업체를 접촉해 사실상 ‘증거 인멸’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이 보도되면서, ‘연예인-경찰 유착’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전 포렌식 수사관 등 10여명을 동원, 정준영의 전화기를 포렌식한 수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정준영이 여성들과의 성관계 몰카를 공유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FT 아일랜드 최종현의 음주 관련 단속 사건을 경찰 고위 관계자를 통해 무마했다"는 내용도 나왔다. 의혹이 커지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엄중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