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탑승자 157명 전원이 숨진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 이후 사고 기종인 ‘보잉 737 맥스 8’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전세계 54개국에서 이 기종 운항을 전면 또는 일부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탑승자 189명이 모두 숨진 사고도 같은 기종이다. 최신 기종인 보잉 737 맥스 8이 넉 달여 만에 두번이나 이륙 직후 추락하면서 각국과 항공사가 서둘러 조처를 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악시오스·CNN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737 맥스 8 기종 비행이 전면 중단된 나라는 44개국으로 집계됐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연합(EU)에 속한 28개국과 호주·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이 기종 운항을 중단했다.

2018년 11월 14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 소재 보잉사의 항공기 제조창에서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착륙해 있다. 이 비행기는 2019년 3월 10일 아프리카에서 추락한 비행기와 같은 기종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지난 11일 운항 중단을 먼저 발표했다. 이후 EU 항공당국인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전날 보잉 737 맥스 8과 맥스 9 기종의 회원국 상공 비행을 금지하면서 운항을 중단한 나라가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는 "전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규제 기관이 주의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 하나 이상이 보잉 737 맥스 8 기종 운항을 중단한 국가도 10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르헨티나·브라질·캐나다·에티오피아·멕시코·몽골·모로코·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잉 737 맥스 8 기종을 보유한 이스타항공은 13일부터 이 기종 운항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은 이 기종을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2대를 도입해 일본과 태국 노선에 투입했다. 이스타항공과 대한항공·티웨이항공은 올해 이 기종을 추가로 도입하려고 했다.

미국은 현재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12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안전하다며 운항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 시스템적 성능 문제가 없었을뿐더러 운항 중단을 명령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보잉 737 맥스 8 기종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 의회에서는 상원 청문회까지 준비하며 이 기종의 운항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 항공사 승무원노조도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안전성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미 당국은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에티오피아항공 측은 사고기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해 추락 당시 비행·음성 기록을 복원하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번에 사고가 난 737 맥스 8 기종은 2017년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한 최신 기종이다. 지난 1월 현재 전 세계 항공사로부터 5011대를 주문받아 이 중 354대가 인도됐다. 이 기종은 보잉의 영업이익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차세대 주력 기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