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했던 미세 먼지 가운데 북한에서 넘어온 것은 어느 정도일까. 그동안 미세 먼지 국외(國外) 영향은 주로 중국 요인이 거론됐는데,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1일 "북한에서도 많이 내려왔다"고 말하면서 북한 요인도 주목받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고농도 기간 북한에서도 (미세 먼지가) 많이 내려왔다고 보고 있다. 평균으로는 13% 정도"라고 말했다. 장관 발언의 근거를 묻자 환경부는 "13%라는 관련 자료가 따로 없다. 장관이 개인적으로 습득한 수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순태 교수 등 아주대 연구팀은 지난해 수도권 초미세 먼지 농도에서 북한 배출량의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서울에 있는 공기의 31%는 북한에서 바람을 통해 유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세 먼지가 심한 겨울과 봄철에는 북서풍이 강하기 때문에 수도권은 북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연구팀은 모델 분석을 통해 수도권의 초미세 먼지 가운데 14.7%(2016년 기준 연평균 농도 약 26㎍/㎥ 가운데 3.89㎍/㎥)는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북서풍이 많이 부는 1월엔 20%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의 경우 4㎍/㎥ 이상 기여했으며 이는 수도권 연평균 농도의 15% 이상이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순태 교수는 "국내 미세 먼지에서 중국과 국내 요인이 40% 대 40%로 반반이라고 볼 때, 나머지 잘 모르는 부분 20% 중 10%대를 북한 요인이 차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나라의 2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초미세 먼지 배출량은 연간 약 28만t(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약 10만4000t)의 2.7배다(아주대 연구팀 논문). 대북 제재로 연료 수입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석탄화력이나 장작 등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가정 난방을 위해 도시의 경우 64.3%가 석탄, 25.7%가 장작 등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5.3%가 생물성 연료를, 20.5%가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제거 장치가 전무하다시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한국공학한림원 등은 지난해 내놓은 미세 먼지 해결방안 보고서에서 "몽골·북한·러시아 등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가까운 장래에 (중국 외에도) 또 다른 미세 먼지 오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에너지와 환경 전반에서 시스템 붕괴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미세 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대기질 관리를 위해 북한에 대기측정망 설치, 배출시설 미세 먼지 저감사업 등 남북 공동의 조사·연구와 협력 사업을 모색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