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시야가 좁은 고령 운전자의 경우 야간 운전을 금지하는 등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령 운전자 차량 사고가 늘어난 데 따른 대책이다.

경찰청은 12일 6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 대책'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자 비율은 2016년 8%에서 지난해 9.4%로 매년 늘고 있다. 전체 교통 사망사고 중 이들이 낸 사망사고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7.7%에서 22.3%로 증가했다.

조건부 면허란 고령 운전자의 신체 능력에 따라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신체 능력에 따라 면허 유지인지, 취소인지만 판가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등에 적색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거나 야간 운전 상황 때 시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고령 운전자의 능력을 평가해 운전 허용 조건을 세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노인 단체, 의사협회 등과 함께 기존에 고령 운전자들이 면허시험장에서 받던 신체 반응·인지 기능 검사보다 심화한 평가 지표를 만들 예정이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이 같은 조건부 면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경찰은 고령자의 보행 중 사고에 대한 예방도 강화한다. 한국 전체 인구 중 고령자 비율은 14.3%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 비율은 44.5%에 달한다. 경찰은 고령자가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의 경우 녹색등(보행)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노인보호구역 내 신호등은 1초당 0.8m 걸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신호 길이가 설정돼 있다. 이 기준을 고령자 통행이 잦은 일반도로(현재 1초당 1m 보행 기준)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