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구 발령으로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법관 6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심상철 성남지원 부장판사(원로법관),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명수 대법원장, 檢 기소 사흘 만에 '좌천성 인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기소 판사 6명, 사법연구 발령
"무죄추정 원칙이 있는데…檢·大法, 손발 착착 맞춘 듯"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최근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6명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했다. 지난 5일 검찰이 기소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인사 조치다.

대법원은 이날 "김 대법원장이 검찰 기소 등에 따른 일차적 조치로 정직 상태인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법연구를 명했다"고 밝혔다. 사법연구로 발령나면 재판에서 손을 떼고 비재판 업무를 보게 된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인 것이다.

대법원은 "현직 법관들이 받게 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해 사법연구 장소는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아닌 사법연수원 등으로 지정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조치는 형사재판을 받게 될 법관이 계속해서 재판업무를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부 및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루어졌다"며 "별도로 기소 및 비위사실 통보 법관들에 대한 징계청구 또는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하게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재판업무 배제는 인사 발령의 형태로 이뤄졌다"며 "인사는 대법원장 고유 권한으로 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판단해 내린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관여한 전·현직 법관 10명을 기소했다. 현직 법관은 이 전 실장 등 8명이었다. 이날 사법연구 인사가 난 법관은 이 중 임성근·신광렬·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 심상철 성남지원 부장판사(원로법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 6명이다.

하지만 검찰이 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까지 기소한 것을 두고는 법조계 안팎에서 뒷말이 나왔다. 특히 성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뒤 여권으로부터 '적폐판사'라는 공격을 받았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이 검찰의 기소 이후 사흘 만에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검찰과 대법원이 마치 손발을 착착 맞춘 듯 기소를 하고 좌천성 인사를 냈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충분한 고민 없이 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한 고위 법관은 "각 사안을 보면 단순 행정 업무 처리인데 죄가 되나 싶은 부분이 있다"며 "논란이 된다고 해서 기소된 법관 모두를 배제할 지에 대해선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