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대북 제재·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가 사실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very, very disappointed)"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다시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미사일 발사장 관련) 상황을 깊이 연구할 것이며, 대통령이 언급했듯 그들이 이 방향으로 간다면 정말 정말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2017년 예멘에서 억류됐다가 18개월 만에 풀려난 미국인 대니 버치(맨 왼쪽)를 만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장 복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확인하기에 아직 너무 일러 지켜보려고 한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북한 김정은에게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조야(朝野)에선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만이 북한의 비핵화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북 회담 결렬 직후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남북 협력 사업에 군불을 때는 것과는 반대로 미 정부·의회는 '한국 정부가 아무리 요청해도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의회 전반에 대북 강경 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시설을 재건하고 있다는 소식은 북한이 미국이 정의하는 비핵화에 부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의회에선 "만약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면 미국에 남은 옵션은 훨씬 더 도전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공화)도 "향후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을 갖게 되기 전까진 협상을 타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라 로젠버그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중 담당 국장과 리처드 존슨 전 NSC 핵확산방지 국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순수한 의미의 경제 제재와 북한 무기 억제를 위한 제재를 구별할 수 없고, 그런 구별은 북한의 이익에 부합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단지 경제적 측면에서 제재 해제를 규정하는 북한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제재 전면 해제가 아닌 일부 해제를 요구한다'는 북측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미국 내에선 최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계속 언급하는 한국 정부를 향한 경계론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하노이 회담의 노딜은)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앞서 추진하려 했던 한국 정부에 제동을 건 계기가 됐다"고 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특보는 "하노이 회담의 패배자는 회담 당사자들이 아닌 자신의 의제인 남북 경협을 가능하게 해줄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기대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부족으로 하노이 회담이 깨진 상황에서 비핵화가 아닌 남북 경협과 제재 면제·완화를 언급하는 한국 정부를 향해 미국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