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모든 캐릭터가 나로부터 출발한다.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현찰을 잘 쓰지 않는다. 이번 역할을 위해 현찰을 책상에 두고 오랫동안 들여다보기도 했다.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류준열(33)은 6일 서울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돈'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누리 감독과 배우 유지태(43)·조우진(40)이 자리를 함께 했다.

여의도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가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예 박누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일 개봉.

류준열은 돈을 벌고 싶은 주식 브로커 '조일현'을 연기했다. 위험한 거래에 발을 들이며 승승장구하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조일현에게 공감했다. 돈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내가 돈에 휘둘리기보다 돈을 조정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사람 위에 있지 않고 사람이 그 위에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마음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
유지태는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맡았다. 클릭 몇 번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조일현을 끌어들인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에 이어 악역에 도전했다. 유지태는 "배우는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절제하려고 한다"며 "연기를 할 때 고급스럽게 표현하려고 한다. 배우와 감독은 어떻게 보면 부부관계인 것 같다.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그려낼 수 있도록 내 욕심을 줄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할 때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그 작품의 결을 따라가려고 한다. 영화는 분위기나 뉘앙스가 중요하다. 한 인물을 만들어내야 하니 계속 반복한다. 그게 좋게 받아들여지면 다행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조우진은 금융감독원의 수석검사 '한지철'로 분했다. 불법적인 거래를 감시하고 추적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2018)에 이어 금융업 종사자를 연기했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국가부도의 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라며 "'국가부도의 날'의 차관은 정치인이고 '돈'의 한지철은 성실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했다. "한지철은 처음부터 사냥개가 아니다. 금융 범죄가 지능화되고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성실함이 극대화된다.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감정을 숨겼다면 '돈'에서는 감정을 많이 드러냈다."

작가 장현도(37)씨의 소설 '돈: 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2013)이 원작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MBA를 받은 장씨는 20대 중반까지 금융가에서 법인 브로커로 일했다.

박 감독은 "평범한 인물이 돈을 벌고 변해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소설에서는 번 돈으로 잘 살고 끝난다. 우리 영화는 캐릭터의 본성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소설과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싶어서 각색했다."

박 감독은 "금융시장, 주식 시장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영상과 대사로 전달한다. 주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한 것을 버리는 작업을 했다. 과감히 설명을 배제하고 영화적 재미와 긴장감을 증폭시키고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