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 먼지 오염이 계속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 공동으로 서해에서 인공강우 실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검토 등을 지시했다. 앞서 5일엔 유치원과 학교에 대용량 공기정화기 설치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에 100조원을 들이겠다고 하는데도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2017년 33.5%에서 2030년 31.6%로 변함없는 것은 탈원전 때문이다. 석탄화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에 의존해야 한다.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미세 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 감축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미세 먼지 30% 감축'을 공약했다. 인공강우나 공기정화기 설치는 암 걸린 사람에게 연고 바르는 격이다. 서해는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면적의 40배다. 환경부가 1월 서해에서 강우 실험을 해봤지만 실패했다. 중국과 함께하면 일부 성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코끼리에게 비스킷 주는 꼴일 것이다. 학교 공기정화기 설치도 필요하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미세 먼지 근본 감축이지 세금으로 공기정화기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이 와중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는 것은 미세 먼지가 재난 수준인데도 그 집요한 환경단체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6일 미세 먼지로 자욱한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핵폐기물 답이 없다'는 시민선언 행사를 가졌다. 이달 들어 엿새 연속 전 국민이 스모그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데도 환경운동연합은 집회는커녕 논평·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6일 오전 10명이 '미세 먼지 bye'라는 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갖긴 했지만, 며칠 전엔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평·성명을 내놨다. '환경정의'의 경우 작년 발표한 19번의 성명 가운데 4대강 비판이 3번 있었지만 미세 먼지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환경단체들은 광우병·세월호·촛불집회 등에 안 끼는 데 없이 참여했다. 새만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반대 때엔 삼보일배까지 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진짜 중요한 미세 먼지에 대해선 아예 외면하거나 형식적 논평에 그치고 있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현 정권 들어선 후 환경단체 출신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인사들이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다. '환경정의' 사무처장 출신은 매립지관리공사 사업이사,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다. 현 환경부장관도 '환경정의'에서 활동했다. 이들이 진짜 추구하는 것은 환경과 국민 건강이 아니라 '좋은 자리' 같다. 정부는 실효적 대책은 없이 탈원전에 집착하면서 인공강우·공기청정기나 거론하고, 시민단체는 꿀 먹은 벙어리라면 국민은 알아서 각자 자구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