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으로 일했던 윈스턴 스콧(69)씨와 3일 마주 앉았다. 플로리다주(州) 케이프캐너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만난 그는 '담대한 실패'의 힘을 강조했다. 스콧씨는 대학에서 음악을, 대학원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해군 조종사로 일하다 1992년 우주인에 선발됐다. 1996년과 1997년 각각 미국의 우주 왕복선인 인데버호와 컬럼비아호에 탑승해 두 차례 우주에 다녀왔다. 우주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했다.

청년미래탐험대원 이인표씨가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으로 일했던 윈스턴 스콧(69)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콧씨는 "청년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 너도 그럴 거야. 난 처음에 박사 학위가 18개쯤 있고, 노벨상 2개 정도는 받아야 우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너무 대단하잖아. 우주인이라니! 처음엔 그저 해군에서 조종사가 되는 게 목표였는데(난 대학서 트럼펫 전공을 했다네) 조종사로 한참을 일하다 보니 우주인에 한번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 넌지시 얘기를 꺼냈더니 아내가 '꼭 해봐'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더군. 하룻밤 꼬박 새워 고민하다 지원했고 운 좋게 우주인이 됐지. 우주인의 직업적 장점이라면… 남들보다 새로운 세계를 먼저 탐험하고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 난 그런 일에 정말 희열을 느껴.

난 두 번 우주에 다녀왔고, 지구 밖에서 머문 기간은 25일이 약간 안 돼. 우주선 밖에서 19시간 정도 유영해 보았어. 사실 70년 인생 중에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우주에 다녀오면 인생을 대하는 철학이 완전히 바뀐다네. 우주에서 본 지구는 그 안의 갈등과 혼돈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작았어. 인류가 그렇게 아등바등 싸울 이유가 무엇인가 싶어지지. 내가 자네 같은 청년들과 만나길 좋아하는 건 이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어서야.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고.

우주인도 결국 처음과 끝은 공부지. 다양한 서적을 뒤적이며 우주 비행을 준비한다네. 그 뒤엔 '시뮬레이터'의 단계. 여러 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가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마해야 하지.

예전에 미국의 우주개발 하면 무조건 NASA였어. 요즘은 괴짜들이 대거 등장했더군. 하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아주 활약들이 대단해. 20년 전만 해도 민간 기업이 우주인을 보내겠다고 도전장을 낸다는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 맞아, 원래 우주 개척엔 괴짜 같은 상상력이 필요한 거야. 국가와 기업은 역할이 달라. 국가는 자금력이 있고, 민간은 그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도가 텄지. 둘이 힘을 모으면 유인 화성 탐사도 생각보다 빨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내가 우주인으로 일하며 배운 또 하나는 '다른 인간'의 소중함이야. 우주 유영을 할 때는 무조건 둘이 짝을 지어서 나가. 무한한 우주에서 실수했을 때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존재는 다른 인간뿐이야. 상대방을 절대적으로 믿는 게 우주 임무의 핵심이야. 명심해, 이 넓은 우주에서 인간은 서로 의지해가며 위대한 일들을 이뤄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