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 먼지가 계속되고 있다. 아침에 미세 먼지 앱부터 켜보는 시민들은 어제 시뻘건 경고색 바탕에 '매우 나쁨' '절대 외출 삼가세요'라는 메시지가 뜬 걸 보고 분노부터 느꼈을 것이다. 서울 남산이 뿌옇게 윤곽만 보일 정도로 하늘 전체가 미세 먼지 뚜껑에 덮인 걸 보면 도망갈 곳도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쇼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미세 먼지를 재난(災難)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라"고 지시했다. 사흘 후 환경부는 서해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계획에 없던 실험을 부랴부랴 했다가 실패했다.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전국이 미세 먼지에 덮인 4일 10개 시·도 부단체장들과 긴급 영상회의를 가졌다. 이런 쇼에서 "상황이 엄중하다"는 얘기 외에 뾰족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환경부는 올 미세 먼지 예산으로 작년보다 27% 증가한 8832억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그 내역을 뜯어보면 전기차·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보조금이 5383억원이다. 미세 먼지 대책이라기보다 산업 지원에 쓰는 돈이다. 나머지 3449억원은 환경부 예산의 4.5%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 악영향을 끼치는 미세 먼지 문제를 놓고 실질 효과를 낼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뭔가 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쇼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지역 초미세 먼지 농도는 공기 ㎥당 35㎍으로 2월 농도로는 2017년 28㎍, 2018년 30㎍에 이어 계속 나빠졌다. 미세 먼지를 임기 내 30% 감축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이 정권 누가 기억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반면 환경부는 10개 팀 70명으로 구성되는 4대강 조사평가단과 민간 전문가 43명이 참여하는 4대강위원회를 발족했다. 그 위원회는 40여 차례 회의 끝에 지난달 22일 4500억원을 들여 지은 금강·영산강의 3개 보를 896억원을 들여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위원회는 영산강 죽산보의 경우 보 개방 이후 수질이 극도로 나빠졌는데도 보 해체 시 1000억원 넘는 수질 개선 편익이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놨다. 앞 정권 사업은 사실까지 왜곡해 '적폐' 딱지를 붙인 후 허물어뜨리려 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몰아내려 한 사실이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의 폭로로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권력 눈치를 보며 권력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는 데만 몰두하는 부처가 미세 먼지를 없애 국민 고통을 해소해 주리라 기대한다는 것이 애초 무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