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사흘 연휴 내내 고농도 미세 먼지가 전국을 덮쳤다. 4일부터는 중국에서 강한 스모그가 또 몰려와 이번 주 중반까지 재난 수준의 미세 먼지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나라 전체가 거대한 오염물질에 갇혀 있으니 어디 피신할 곳도 없다. 국민은 분노를 넘어 무력감에 빠져 있다.

정부는 4일에도 수도권에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비상조치라는 게 2.5t 이상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 화력발전 출력 20% 감축, 일부 사업장 단축 운영 같은 조치뿐이다. 미세 먼지 배출량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 대책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지금 상황은 국민 생명을 지킨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만큼 심각하다. 모든 조치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시행해야 한다. 노후 경유차 중량 및 등급 제한 폭을 더 넓힐 수도 있고,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 석탄 발전 출력 제한을 20%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대폭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순덩어리인 정부 에너지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는 미세 먼지 해결과 탈원전,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한다. 모순일 수밖에 없다. 미세 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줄이며 어떻게 미세 먼지 문제를 해결하나. 원전 발전을 줄이면 석탄 발전이나 LNG 발전을 늘려야 하는데 둘 다 미세 먼지를 다량 배출한다. 당연히 탈석탄은 말뿐이다. 10년 뒤 설계 수명이 다 되는 당진 1~4호기 석탄 발전소에 대해선 벌써부터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탄 발전소보다 경제성이 월등히 좋고 미세 먼지는 물론 온실가스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퇴출한다고 한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7000억원을 들여 사실상 새 원전으로 보수해놓은 월성 1호기가 애꿎게 탈원전 상징이 돼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원전만 가동해도 석탄 발전 부담이 준다. 백지화 결정을 내린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미세 먼지엔 중국 요인이 크지만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부터 할 일을 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