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공연 찍어 '섹시 직캠'으로
영상엔 성희롱 댓글이 가득
삭제 요청 소용없어...'몰카' 유통과 동일

전북 전주 소재의 고교 연합동아리 댄스팀 소속인 A(19)양은 지난해 자신의 공연 영상이 SNS에서 ‘XX고 찬조공연 직캠 섹시 레전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영상은 하반신이 강조되는 구도로 찍혀 있었다. 댓글에는 ‘XX같다’, ‘룸망주(유흥업소 유망주)들 잘봤다’ 등 성적인 표현을 담은 말들로 가득했다.

충격을 받은 A양은 게시자에게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댓글 중 "여고 직캠 영상을 판다"는 내용을 봤기 때문이다. A양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영상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소름끼친다"며 "몰카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공연 영상을 의도적으로 ‘야하게’ 찍어 돈을 받고 판매하는 이른바 ‘직캠몰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이돌 찍던 직캠러, 여고 댄스팀 공연으로 돈벌이
최근 여성 중·고등학교 댄스팀의 공연을 몰래 찍어 돈벌이에 이용하는 '직캠몰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직캠’은 ‘직접 찍은 캠동영상’의 약자로, 직캠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을 ‘직캠러’라 부른다. 그동안 직캠러는 주로 아이돌 공연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하면서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인기 아이돌의 경우 촬영제지가 심해지자, 청소년 댄스팀 공연으로 방향을 바꿨다.

문제는 직캠러들이 찍은 화면 내용이다. 가슴, 엉덩이, 허벅지 등 신체 주요 부위를 클로즈업 하거나 무대 아래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직캠러들은 노출이 심한 영상은 따로 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

서울 소재 댄스팀에서 3년간 활동한 여고생 B(18)양은 "지난해 말 공연에서 어떤 사람이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무대 아래에 딱 붙어서 치마 속을 촬영하는 걸 봤다"며 "그런 식으로 찍은 영상이 어딘가에 올라올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B양은 "찍는 걸 알았지만, 공연 중에 내려가서 촬영을 막을 수도 없어 알고도 당했다"고 했다.

직캠몰카는 직접적인 성희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A양은 "SNS 메시지를 통해 입었던 공연 의상을 빨지 않은 상태로 팔아달라 사람도 있었다"며 "팔지 않는다고 말해도 계속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끈질기게 요구해 섬뜩했다"고 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댄스팀의 C(18)양도 "모르는 사람이 SNS 메시지로 음담패설을 보내거나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무섭다"고 했다.

직캠몰카 단속은 전무한 상태다. 대다수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경찰에 신고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몰카와 달리, 공연 중에 촬영되는 영상은 피해자가 적발하기도 힘들고, 위법 여부를 가리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직캠몰카 문제는 리벤지포르노만큼이나 심각하지만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소년 피해자들이 신고하는 경우가 적어 수사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속옷 노출은 15만원"...SNS 통해 직캠몰카 사고 팔아
리벤지 포르노와 마찬가지로 직캠 몰카는 영상이 반복유통되며, 돈벌이에 활용되고 있다.

26일 기자가 접촉한 한 ‘직캠몰카’ 판매자와의 대화 내용.

기자가 26일 접촉한 한 판매자는 "유튜브에서 삭제되거나 아예 공개된 적 없는 영상을 팔고 있다"며 "속옷 노출 등 수위가 높은 영상은 15만원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판매자는 "이미지를 보내줄테니 초이스해보라"며 수십 장의 ‘직캠몰카’ 스크린샷을 보내왔다.

판매자는 "직캠몰카의 가격은 외모·의상노출도·촬영구도·희귀성에 따라 최소 3만원에서 15만원까지 형성된다"고 했다. 심지어 아이돌 직캠처럼 한 사람을 계속 추적해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 거래를 제안하자 "계좌이체는 받지 않고 대신 문화상품권(문상) 일련번호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거래 기록이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춤추는 모습, 마트에서 장보는 모습, 일상 생황 등의 불법 몰카가 모든 것을 성적 대상화해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일부 기획사에서 홍보를 이유로 직캠 문화와 성적 대상화를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청소년에 옮겨간다면, 아이들은 어떠한 보호장치 없이 사이버 성폭력에 노출되는 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