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가 오는 4일 신입생 44명을 맞아들인다. 15년 만의 최대 규모 입학식이다. 신입생이 4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 관립교동소학교로 개교했다. 125년 동안 윤보선 전 대통령, 윤치영 내무부 장관, 소설가 심훈, 작곡가 윤극영, 희극인 구봉서, 영화배우 강수연 등 명사를 배출했다. 그러나 고령화, 인구 감소, 도심 공동화의 영향으로 2000년대 이후 서울에서 가장 작은 초등학교가 됐다. 통폐합설이 수시로 나왔다. 그랬던 학교가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폐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동초등학교 교직원들은 입학식 준비로 분주했다. 교사들은 입장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교동초는 전통적으로 신입생들이 6학년 선배들과 한 명씩 손을 잡고 입장한다. 올해는 5학년도 전원 참여한다. 두 학년을 합쳐도 35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옆에 후배들을 대동하고 입장하는 5·6학년 선배도 있다. 교무실 밖에서는 학생이 늘어나며 증설하게 된 돌봄교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김정이(55) 교장은 "아이들이 갑자기 많이 늘어나니 신이 나면서도 한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이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온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교동초는 교육청과 학부모들의 ‘1호 학교 살리기’ 노력 끝에 올해 15년 만에 가장 많은 44명의 신입생을 받는다.

10여년 전만 해도 교동초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연간 입학생은 10명을 간신히 넘겼다. 총 재학생은 100명 선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근 재동초등학교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곧바로 주민들이 들고일어섰다. 종로구 주민들이 '대한민국 1호 초등학교는 살려야 한다'며 적극적인 폐교 반대 운동을 펼쳤다. 타지 학부모들도 '1호 학교'의 향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육청도 1호 학교를 살리기로 했다. 2016년 학생 수 3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지원·육성하는 '서울형 작은학교' 사업에 교동초를 포함시켰다. 종로구청도 '지역 명문학교 육성사업'으로 후원했다. 교육청과 구청에서 연간 7000여만원을 교동초에 지원한다. 학교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보강했다. 오케스트라·사물놀이·스키·빙상·판소리 과정이 새로 생겼다. 학생들은 해마다 운현궁에서 졸업사진을 찍고, 종로의 대형서점으로 책방 나들이를 가며, 창덕궁과 북촌 등으로 현장학습을 간다. 가을 운동회 때에는 특수학급을 포함해 전교생 모두 계주에 참가한다.

학교 관계자들은 도심에 직장이 있는 학부모를 상대로 신입생 유치에 나섰다.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분위기가 가족 같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학생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엔 가파른 급증세를 타고 있다. 2013년 21명이 입학하면서 20명 선을 회복했고, 6년 만인 지난해에 30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엔 이보다 14명이 더 늘어난 44명이 입학한다. 전교생이 '무려' 174명이 됐다. 학급 수도 14년 만에 두 자릿수(10학급·특수학급은 별도 편성)가 됐다. '서울에서 가장 작은 학교'라는 타이틀은 동작구 본동초등학교에 넘겨줬다.

교동초 재학생의 70%는 학구(종로 1~4가 일대) 밖에서 오는 '외지 학생'이다. 종로구 다른 지역은 물론 용산·강북·은평·양천 등 서울의 다른 구에서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따라오는 아이가 많다. 올해 신입생 30명도 이런 경우다. 경기도 어린이도 있다.

김대연(45) 교감은 "명소가 몰린 서울 복판에 있다는 점, 소규모 학교라 인성 교육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인지 전학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80·90년대 과밀학급 시절 국민학교를 다닌 학부모들은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아이에게라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딸을 6년간 원거리 등하교시키고 지난달 졸업시킨 한 학부모는 "학교생활의 소소한 것까지 다 기억하는 아이가 부럽더라"고 말했다. 인근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한 졸업생도 "6년을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다는 게 뭔지 실감했다. 초등 시절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개량 한복을 빌려 입고 학교 담장 밖에서 유심히 들여다보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다. 학교는 이들을 위해서 학교의 역사를 설명하는 영어·일본어·중국어·아랍어 안내판 만들어서 담장 밖에 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