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 대표로 뽑았다. 황 대표 체제의 출범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되다시피 했던 한국당이 정상적인 지도 체제를 갖춰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가 있다.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 합리적 견제를 하는 야당의 부재를 아쉬워한 국민은 적지 않았다. 국정의 균형을 위해서도 자유시장경제와 믿을 수 있는 안보의 중심이 되는 야당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당선 후 "자유 우파를 통합하고 혁신해 총선 압승과 정권 교체를 향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 압승'과 '정권 교체'를 말하기엔 지금 한국당과 황 대표의 처지가 녹록지 않다. 탄핵 이후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한국당은 반성과 변신은커녕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으로 나뉘어 '네 탓' 집안싸움만 해왔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뜬금없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다니며 행사를 방해했다.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다시 과거 진흙탕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절반이 넘는 지지를 받고 황 대표는 37.7%에 그친 것이 한국당의 실정을 보여준다. 당심과 민심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당의 체질로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황 대표는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을 환골탈태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한국당은 전 정권, 전전 정권의 잘못된 공천으로 어쩌다 국회의원이 돼 좋은 자리를 지키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정권의 잘못을 지적해 고치는 것이 아니라 때마다 면죄부를 주고 있다. 무능과 안일이 심각하다.

그런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 대표에게 벌써 줄을 섰다고 한다. 친박이니 진박(眞朴)이니 하며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 했던 이들이 다시 '친황(親黃)'이라고 무리 지어 자기 공천부터 챙기려 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자신에게 줄을 선 의원들부터 먼저 잘라낸다는 각오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 스스로 자기 뼈를 깎아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은 다시 한국당을 심판할 것이다. 황 대표는 이번이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