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 발언을 영문(英文)으로도 배포했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우리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이며 "역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3·1운동 100주년과 미·북 정상회담을 맞아 자주 노선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남북 경협 추진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북·중 동맹에 맞섰던 1945년 이후의 기본 외교·안보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고, 비핵화와 제재 완화 또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체제'는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왼쪽에서 둘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면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신(新)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난 역사를 '변방, 전쟁과 대립, 진영과 이념'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신한반도 체제'에 대해선 "중심, 평화와 공존, 경제와 번영"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인,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미·중 간 균형자를 자처했던 노무현 정부 때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15년 만에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본격 추진할 경우 한·미 간 갈등이 일어날 소지를 우려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남북 경협 추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 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시작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협을 위한 전제 조건인 제재 완화는 아직 미·북 간에 논의되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에는 찬사를 보냈고, 미·북 회담을 우려하는 쪽에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핵 외교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담한 결단과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대북 외교를 직접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반면 "힘들게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모두가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