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21일(현지 시각)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선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전화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 "(미·북) 실무 협상에서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브리핑에 나선 또 다른 고위 인사도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 의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21일(현지 시각)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웃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이날 예맨 내전 및 베네수엘라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이나 주한미군 감축이 선택지에 있느냐'는 질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가 목표라는 것을 기억하라. 우리가 무얼 내줄 건지, 그들이 무얼 내줄 건지 등 협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사회자가 '(주한미군 감축이) 베트남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는 옵션이라는 이야기로 들린다'고 하자 폼페이오는 "우리는 협상에 들어가려고 한다. 대통령이 거기(하노이)에 갈 것이며 두 지도자가 진실로 역사적인 진전의 발걸음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며 또 즉답을 피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지를 남긴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위협이 계속되자 미 의회는 이를 막기 위해 2019년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주한미군 수를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일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걸었다. 그러나 국방수권법은 1년간만 적용되고 지금도 6500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줄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그런 얘기는 한 번도 안 했다"면서도 "누가 알겠나.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와중에 미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최근 이메일로 회원들에게 돌린 주간 정세 리포트(EG Update)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인 소식이 하나 있다"며 "최근 김정은과 만난 한 아프리카의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반도의 모든 (미국) 군대를 제거하는 대가로 비핵화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브레머 회장은 아프리카 국가와 대통령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무함마드 울드 압델 아지즈 대통령일 가능성이 크다. 무함마드 울드 압델 아지즈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 정권수립일(9월 9일) 경축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9월 8~10일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다만 브레머 회장 전언이 어느 정도 정확한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종전 선언과 주한미군 지위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었다.

브레머 회장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브레머 회장은 "이런 거래를 시행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고 완전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기간 (이와 관련한) 초보적인 진행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