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총괄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직에 잇달아 의사 출신 기관장과 임원들이 오고 있다. 의사 출신이 운영을 도맡으면, 과연 두 기관이 진료비 지출을 제대로 심사하고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9일 상임 감사에 문정주(59)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을 임명했다. 문 신임 감사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연천군 보건의료원장,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보건지원 팀장을 지냈다. 의사가 심평원 감사가 된 건 문 감사가 처음이다.

이번 인사로 심평원 최고위직 5명 중 3명이 서울대 의대 출신이 됐다. 심평원은 2017년 3월 김승택 원장(전 충북대 총장)이 임명된 데 이어, 작년 4월부터 김선민 기획이사가 내부 살림은 물론 진료비 심사 체계 평가 개편 작업까지 이끌고 있다.

건강보험공단도 최고위직 7명 중 2명이 의사다. 2017년 12월 '문재인 케어'를 설계한 김용익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이 취임한 데 이어, 작년 4월 연세대 원주의대 출신 강청희 전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급여 상임이사로 임명됐다. 급여 상임이사는 의료기관에 보험 급여비를 지급하고, 적정 수가 산정을 위한 원가 분석 등 의료계와 관련 깊은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다.

건보 전문가들은 "진료비 심사 체계를 개편하고 적정 수가(가격)를 산정해야 할 자리에 의사 출신이 오면, 의료계 입장에 기울어 진료비 지출을 견제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난 정권도 건보공단 이사장과 심평원장에 의사를 임명했지만, 이번 정권은 이사와 감사까지 의사들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이 각종 보건·의료단체 요직에 기용되고 있다. 임명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이진석 청와대 정책비서관,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김선민 심평원 기획이사, 문정주 심평원 감사가 모두 이곳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