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방송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대인 혐오 범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다 도 넘은 악성 댓글로 중계를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에 급격히 퍼진 유대인 혐오 정서가 문제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동부 독일 접경지역인 알자스지방의 소도시 카첸하임 내 유대인 한 묘지를 방문했다. 이 지역 유대인 묘비 80여개에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가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돼 이를 점검하기 위함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번지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와 유대인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만든 자리였다.

공영방송 프랑스 3 알자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카첸하임 방문을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 라이브(영상 생중계)’로 내보냈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겼다. 마크롱 대통령이 나온 페이스북 라이브가 악플로 도배된 것. 네티즌은 라이브 영상에 실시간으로 유대인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2019년 2월 19일 프랑스 동부 카첸하임의 유대인 공동묘지 내 묘비들이 나치 문양 낙서로 훼손돼 있다.

네티즌은 마크롱 대통령과 유대인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영상에 등장하자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 "더러운 유대인들" 등 악성 댓글을 달았다. 댓글 관리를 맡은 방송사 기자 2명은 최대한 댓글을 관리하려고 했지만 넘쳐나는 악플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방송사는 결국 페이스북 라이브를 중단했다.

이후 에메릭 로베르 프랑스 3 알자스 방송 디지털부문장은 성명을 내고 "바보 같은 발언이나 마크롱 대통령을 상대로한 반대 의견이 아니라 유대인 살해 촉구, 혐오·인종차별 댓글이 공공연하게 달렸다. 끔찍하고 불법적인 댓글이 계속 올라왔고 이는 우리 능력 밖의 일이라 중계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온라인 공간이지만 네티즌은 형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프랑스 3 알자스 방송은 이런 생중계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20일 "반유대주의가 2차대전 이래 최악으로 치달았다. 인터넷상 혐오 발언을 줄이기 위한 법률 제정을 포함해 오는 5월까지 관련 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혐오 발언을 삭제하고 게시자 신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유대인 혐오 발언과 나치 찬양은 프랑스에서 범죄에 해당한다. 세계 2차대전 때 나치 괴뢰정권에서 유대인을 색출해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으로 보냈던 프랑스는 종전 후 유대인 혐오를 법으로 엄격히 다스리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가 퍼지자 지난 19일 파리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유대주의에 대항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전 대통령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