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인석(文人石)은 무덤을 지키기 위해 만든 석물인데 어떻게 독일까지 넘어왔을까?'

2016년 6월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옛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의 수전 크뇌델 동아시아미술담당 큐레이터는 고개를 갸웃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 2711점에 대한 3년간의 실태 조사를 끝낸 직후였다. 문제의 유물은 16~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인석 한 쌍(좌우 높이 각각 131㎝, 123㎝·사진). 조사 과정에서 문인석의 의미를 알게 된 그는 "반출 과정이 불법적인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질문을 한국 측에 던졌다.

이 석물이 다음 달 고국 품으로 돌아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중기 문인석 한 쌍이 로텐바움박물관의 자진 반환 결정에 따라 3월 말 국내에 돌아온다"고 21일 밝혔다. 불법 유통이 의심되는 소장품의 출처에 대해 박물관이 스스로 나서 원산지 국가에 문의하고, 집요한 조사를 거쳐 반환 결단까지 내린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문인석은 32년 전 박물관 소장품이 됐다. 1983년 헬무트 페퍼라는 독일인 업자가 서울 인사동 골동상에게 사서 독일로 반출한 것을 박물관이 1987년 구입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박물관 조사 결과, 페퍼가 독일 반입 당시 이사용 컨테이너 속에 숨겨서 몰래 들여온 정황이 밝혀졌다. 박물관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반환요청서를 제출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먼저 제안해왔다. 재단이 자체 조사를 거쳐 작년 3월 요청서를 전달하자, 박물관은 함부르크 주정부와 독일 연방정부의 승인을 거친 끝에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반환 결정을 알렸다.

바버라 플랑켄스타이너 로텐바움박물관장은 "문화재에 대한 불법 유출이 오랫동안 사소한 범죄로 여겨져 왔고, 박물관 스스로도 되묻지 않았다"며 "귀중한 유물을 돌려주게 돼 기쁘다"고 했다. 강임산 재단 협력지원팀장은 "1970년 문화재 불법 반출과 양도를 금지하기 위해 만든 유네스코 협약의 정신을 살린 문화재 반환의 모범 사례"라며 "불법 유통에 관한 출처 확인을 게을리하는 전 세계 박물관의 실태에 경종을 울린다"고 했다. 문인석은 다음 달 19일 반환식 이후 돌아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