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환경부 관계자들로부터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들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청와대 개입 단서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통상 업무 일환인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청와대는 문건이 처음 폭로됐을 때 "아는 바 없다.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 유전자(DNA)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환경부가 사퇴 거부 산하단체 임원들에 대한 '무기한 감사'와 고발 조치를 계획했고 이를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증거가 나오자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다. 이제 청와대 개입 단서가 나오자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한다. 한 가지 거짓말을 덮으려면 열 가지 거짓말을 더 해야 한다는데 지금 청와대가 그 모습이다.

청와대는 20일에는 "과거 정부 블랙리스트와 규모나 작동 방식이 다른데 딱지를 붙인다"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달라"고 했다. 환경부 문제는 전 정권처럼 민간인 상대도 아니고 적법한 정부 인사 과정이라는 것이다. 전 정권은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에게 정부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 정권은 블랙리스트 대상자들 일자리를 빼앗았다. 어느 쪽은 괜찮다고 할 일인가. 전 정권과 다른 게 아니라 판박이처럼 똑같고 말 그대로 블랙리스트다. 지금 드러난 일만 갖고도 책임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블랙리스트도 내로남불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정부 산하기관을 비롯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든 공직 인사를 담당한다. 대통령 인사권 행사를 위한 감사 등의 업무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적이고 적법한 감사가 아니라 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찍어놓고 쫓아내기 위해 '무기한' 표적 감사를 한 것이다. 불법적 직권 남용 아닌가. 환경부뿐 아니라 산자부, 국가보훈처, 법무부 등 다른 부처 산하기관들에서도 '사퇴 종용' 등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일부 사건은 이미 검찰에 고발돼 있다. 불법이나 피해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작년 8월 당시 환경부 장관은 국회에서 인사권은 자신이 아니라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공단 이사장과 감사 후임에 여권 인물이 탈락하자 전형 전체가 무효화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자리엔 결국 여권 인사들이 임명됐다. 이처럼 청와대 개입 증거와 정황들이 언론 보도로 속속 드러나자 침묵하던 청와대가 "딱지 붙이지 말라"고 한다. 이제 검찰에 대한 압박도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