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특사 자격 미⋅중 워싱턴 담판 무역협상 타결 한달 안돼 깨져
양해각서 체결 기대감 속 우려도 여전… 트럼프 "기존 추가관세 지속"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에 보기드문 직함이 붙었다." 중국 상무부는 19일 류 부총리가 21,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갖는다고 발표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특사’라는 직책을 맨 앞자리에 내세웠다.

중국 관영 소셜미디어 타오란팅비지(陶然亭笔記)는 ‘시진핑 특사’ 신분은 드물게 사용된다며 특수한 사명을 갖고 가거나 때때로 특수한 권한을 부여받는다고 설명했다. 류 부총리가 적지 않은 재량권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월말 워싱턴 담판을 한 류 부총리가 ‘시진핑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지 20여일만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미(訪美)하는 류허 부총리에 대한 ‘시진핑 특사’ 자격 부여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지었던 작년 5월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류 부총리가 ‘시진핑 특사’를 부여 받은 건 작년 5월 미⋅중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월 14,15일 베이징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접견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미⋅중 무역협상 미국 대표단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시진핑 특사’ 류허는 작년 5월 15~18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하는 와중에 1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당시 협상이 끝난 직후인 19일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상호 추가 관세부과를 중단하고 무역전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해 4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500억달러어치 상품에 대해 25% 추가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내놓자 같은 날 중국이 같은 규모와 강도로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하면서 사상 최대규모의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던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협상 타결 열흘후인 5월 29일 말을 바꿨다. 50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대한 ‘관세폭탄’ 투하 방침을 재천명한 것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6월 2~4일 베이징으로 날아와 류 부총리와 협상을 가졌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한달여가 지난 7월 6일 미국의 34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대한 25% 추가 관세부과를 시작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포성이 울리기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도출시키려는 양해각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이전 금지, 비관세장벽 해체 등 구조적 변화 달성과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대량 구매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류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각각 이끄는 양국 고위급 협상에 이틀 앞서 19일부터 차관급 협상이 워싱턴에서 진행된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1월말 워싱턴, 2월 중순 베이징에 이어 한달도 안돼 3번째 열리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중⋅미 무역협상이 막판 스퍼트 단계에 접근했다"고 기대하는 배경이다. 특히 시 주석은 2월 14~15일 베이징 담판을 위해 방중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을 접견했다.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방중한 미국 대표단을 시 주석이 만난 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에 양해각서가 체결된다고 무역전쟁이 종식되는 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해각서 체결이 3월 1일까지 시한이 설정된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휴전 연장은 협상 시한내 완전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폭탄 강도를 10%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미국의 방침이 다시 유보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보 시한은 3월 하순으로 점쳐지고 있는 미⋅중 정상의 회동 시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해각서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담판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작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나 90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1월 1일부터 중국산 상품 2000억달러어치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관세폭탄 강행 방침을 유보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연장하더라도 현재 부과중인 관세폭탄 부과는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현재 시행중인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대한 10% 추가관세 부과도 중단하는 것을 요구했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해각서가 나와 휴전연장이 되더라도 갈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 합의한 내용도 번복하는 협상전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WSJ는 미국이 작년 7월 유럽연합(EU)과 392자, 그해 9월 일본과 414자의 무역협상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기존 추가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는데다 추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미국과 EU⋅일본 등간 무역전쟁 우려가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 17일 제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기초로 오는 5월 중순(90일)까지 수입차에 관세부과나 수입물량 제한조치를 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상호 자동차 추가 관세 부과 계획 잠정 중단에 합의했던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8일 독일의 슈투트가르터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자동차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가 약속을 깬다면 우리도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고 미⋅중 무역협상이 개최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렛대 전략을 가늠케 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됐다가 번복되는 사이에도 1차 미⋅북 정상회담(2018년 6월 싱가포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