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주행 요금이 43%나 오른 첫날이었던 1970년 7월 18일 출근길 택시 안에선 진풍경이 빚어졌다. 일부 운전기사가 요금 인상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오려 승객에게 보여주며 미터기보다 요금을 더 달라고 했다. 미터기가 미처 개조되지 않은 데다 새 요금 환산표조차 첫날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다. 일부 승객과 기사 간에 요금 시비도 빚어졌다(조선일보 1970년 7월 19일 자).

요금 인상 뒤 미터기를 고치려는 택시들 장사진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위는 1978년 여름의 모습(동아일보 1978년 7월 13일자). 아래는 지난 18일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줄지어 선 택시들.

택시 요금은 지난 50여년간 평균 2년에 한 번꼴로 올랐다. 그때마다 늘 문제는 미터기 개조였다. 운전기사들은 미터기를 재조정하고 주행검사를 받느라 이틀씩이나 돈벌이를 쉬어야 했다. 서울 택시의 미터기를 다 고치려면 한 달 넘게 걸렸다. 그동안에는 차 안에 환산표를 비치했다. 시민들이 짜증 난 건 불편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터기를 고치는 어수선한 '과도기'를 틈타 승객에게 '바가지'까지 씌우려는 악덕 기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법도 다양했다. 미터기를 개조하면서 인상 요금보다도 더 많은 요금이 나오도록 조작한 택시도 있었다. 1970년 8월엔 이런 짓을 한 운전기사 수십 명이 적발됐다. 사기죄가 될 수 있는데도 불법 미터기에 대한 처벌이 고작 '운행 정지 3일'이었다. 1972년 2월엔 또 다른 조작이 드러났다. 인상 요금 환산표를 조작하는 수법이었다. 당국이 나눠준 요금표 대신 정상 요금보다 10~20원(오늘의 약 250~500원)씩 멋대로 더 붙인 엉터리 요금표를 승객에게 들이민 기사 20명이 검거됐다.

1979년 말부터 1981년 가을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였던 이 시기엔 공교롭게도 택시 요금 인상 소동도 극심했다. 이 2년간 기본요금이 4차례나 뛰었다. 인상이 너무 잦다 보니 미터기 개조 비용이 아깝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당국은 1980년 12월 기본요금을 500원에서 550원으로 인상했을 땐 "택시들은 미터기를 고치지 말고 '기본요금 인상분 50원을 더 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차에 붙이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신차 택시들이 미터기 기본요금을 인상액인 550원으로 설정한 채 출고되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1981년 6월 기본요금이 또 올라 600원이 되자 이번엔 기본요금 600원의 신차 택시들이 출현했다. 그 결과, 미터기 기본요금이 500원, 550원, 600원인 세 종류의 택시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코미디 같은 일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 어떤 얌체 기사는 기본요금 600원의 신차를 몰면서도 "기본요금 인상분을 더 내 주십시오"라는 구형 미터기용 안내문을 은근슬쩍 달고 다니며 부당 요금을 챙겨 승객들 분노를 샀다(매일경제 1981년 6월 17일 자).

택시 요금 인상 때마다 소동이 벌어졌던 원시적 풍경이 오늘에도 재현되고 있다. 지난 16일 택시 요금 인상 후 미터기 교체 장소마다 택시들이 종일 기다리느라 기사들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승객은 승객대로 추가 요금 요구받는 게 불편하다. 세계적 IT 강국이란 나라가 요금 변경 시스템 하나 마련하지 못해 몇십 년 전과 똑같은 '종이 쪼가리'를 승객에게 내민다는 사실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