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

해양수산부는 한때 씨가 말랐던 '국민 생선' 명태 수를 늘리기 위해 2015년부터 새끼 명태(노가리)를 양식해 동해에 방류하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122만6000마리를 방류했는데, 이후 동해에서 잡힌 명태 가운데 지느러미에 표지를 달아 방류한 명태로 확인된 것은 네 마리에 불과했다.

10여 년 동안 자취를 감춘 명태는 지난해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2만여 마리가 잡혔다. 이번에 잡힌 명태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 방류한 명태가 아니라 자연산인 것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방류한 그 많은 명태는 어디로 갔는가.

당초 해양수산부는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새끼 명태를 남획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새끼 명태를 방류하면 명태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한류성 어종인 명태 어획량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바다는 아열대 어류와 냉수성 어류가 사는 경계 지역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어떤 어류 서식지가 조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우리 바다에는 그 어종 씨가 말라버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남쪽 또는 북쪽으로 가면 여전히 많이 서식한다. 명태는 1990년대 이후 서식지가 북상(北上)하기 시작했다. 동해와 위도가 비슷한 일본 홋카이도에도 명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반면 그 북쪽인 오호츠크해에서는 어획량이 증가하는 게 관찰되었다.

해양수산부도 당초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요인을 검토했다. 하지만 1990년대 전후 고성 앞바다 수온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은 점을 들어 이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저에서는 많은 수온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 요인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이 새끼 명태를 키워 방류하면 명태가 돌아올 것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방류한 새끼 명태들이 얼마나 서식하는지 불투명한데, 올해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한 것은 다른 물고기도 제대로 못 잡게 하여 어민들의 생계를 어렵게 할 뿐이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기후변화가 해양 생물 서식지 변화 및 개체 수 증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시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