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 지음|김지원 옮김|은행나무|704쪽|1만8000원

나무와 나무의 친구인 인간들의 이야기. 워싱턴포스트, 타임 등 미국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소설 속 9명은 저마다 인생의 기로에 나무가 서 있다. 노르웨이 혈통의 화가는 100년 동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은 밤나무의 사진을 물려받고, 베트남전에서 격추당한 공군은 반얀나무 위로 떨어져 목숨을 부지한다. 단풍나무처럼 수시로 얼굴이 빨개졌던 지체 장애아는 점차 순수함을 잃어간다.

소설의 목차는 뿌리, 몸통, 수관, 종자 순으로 이뤄졌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은 뿌리가 하나의 몸통으로 이어지듯 서로 상관없어 보였던 9명의 이야기가 한곳으로 모아진다. 이들은 벌목 위기에 놓인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싸움을 시작한다.

소설 '오버스토리' 속 시간은 수백년 사는 나무가 인간의 흥망성쇠를 내려다보듯 흘러간다. 사진은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바오바브나무.

나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지적인 소설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작가가 된 저자는 유전학,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학문을 소재로 이야기꾼의 기질을 발휘해왔다. 파워스는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소설 '에코 메이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소설은 스탠퍼드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중 마주친 거대한 삼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설 속 시간은 몇 백 년에 걸쳐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 수백 년을 사는 나무가 인간의 흥망성쇠를 내려다보듯 관망하게 된다. 무지개 빛깔의 몸통을 지닌 레인보 유칼립투스, 씨앗을 시속 260㎞로 쏘아대는 후라 크레피탄스 등 이야기를 따라가다 마주치는 희귀한 나무들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