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소설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을 읽는 동안 20년 전 읽었던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여러 번 떠올렸다. 내게는 두 책이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두 책은 모두 세상을 보는 관점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 새로운 시각에 따라 삶의 자세에서부터 인간 조직과 사회 전반이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들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애매하다. 자기계발서인지, 사회과학서인지, 아니면 사상서일지. 상식에서 출발해 역설적인 결론에 이른다는 점, 저자의 강한 확신, 간혹 미심쩍게 들리는 비약,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가득한 통찰이 공통점이다.

차이점도 있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이라는 신조어를 창안했고, 어마어마한 투자 이익으로 자기 이론을 '입증'했다. 그리고 '안티프래질'은 '엔트로피'와 달리 756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이다.

그 756쪽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해보면 이렇다. 생명, 경제, 정치, 자연은 모두 유기체이며 복잡계다. 복잡계에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파국이 반드시 일어난다. 균형과 항상성을 아무리 추구해도 붕괴는 기어이 찾아온다. 스스로 튼튼하다고, 충격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믿을수록 더 파괴적으로 무너진다.

질서와 안정에 대한 추구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보호벽을 쌓아 올리고 예측 가능한 세상이라는 환상에 빠질 게 아니다. 혼돈, 모험, 손실, 고통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이익을 거두는 형태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 시스템은 강건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끝없이 부서지면서(프래질) 강건함을 뛰어넘는다.

복잡계인 금융시장에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전 재산을 중간 정도 리스크 상품에 투자하면 언젠가 시장이 붕괴할 때 반드시 망한다. 평소 이익이 대단할 리도 없다. 90퍼센트는 안전하게, 10퍼센트는 아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편이 낫다. 그 10퍼센트의 손실은 겁내지 마라.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 중산층에 초점을 두지 마라. 약자는 보호하되 기업에 자유를 주고 망할 기업은 망하게 하라. 성공을 원한다면 실패를 사랑하라. 명성을 바란다면 비난을 환영하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전작 '블랙 스완'의 후속작이라 국내 출판사들이 이 책 판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예측 불가능한 초대형 사건'(블랙 스완)에 대한 저자의 해법이 이 책인 셈.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이 중심이고, '블랙 스완'은 보조 도서"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