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부산을 찾아 "(김해공항 확장안을) 총리실이 검증해 이른 시일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해 동남권 신공항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06년 공론화돼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경남과 밀양을 미는 대구·경북 간 극심한 지역 갈등을 빚었던 국가적 골칫거리였다. 10년 만인 2016년 겨우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지역 갈등이 너무 심해 프랑스 업체에 선정 용역을 맡겨야 했다.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없는 걸로 결론나면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낙착된 것이다. 그 후 무슨 특별한 사정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김해공항 확장안을 확정·고시하고 2026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겠다고 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민주당 소속 부산·경남 시·도지사들이 가덕도 건설을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청와대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부산시는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고 반색했다. 대구·경북의 반발은 뻔할 것이다. 10년 갈등을 어렵게 봉합했더니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충돌의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이 이러는 것은 가까이는 4월 3일 재보궐선거, 멀리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월 재보선은 가덕도와 가까운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치러진다. 민주당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부산·경남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지세가 흔들리고 있다 한다. 그러자 혈세 낭비와 국론 분열, 지역 갈등으로 이어질 게 뻔한 신공항 문제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지지세가 낮은 대구·경북 지역 선거는 포기하고 부산·경남에 올인하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민주당은 곧 지자체를 돌며 지역 숙원사업 민원도 받는다고 한다. 매년 가을에 하던 것을 앞당겨 확실히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경상남도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정부는 불과 얼마 전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지역 사업에 24조원의 세금을 퍼붓겠다고 했다. 선거에 눈이 멀어 '뭐든 하겠다'는 막무가내 태세다. 오죽하면 '야당이 한심해 여당이 선거에서 이길 테니 제발 국정은 정상적으로 해달라'는 말까지 나오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