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업자가 작년 1월보다 1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 '일자리 15만개 증가'를 내걸었으나 첫 달부터 목표치에 턱없이 미달했다. 실업자 수(122만명)는 1월 기준으로 19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갔고, 실업률은 4.5%로 치솟아 9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설 연휴 때 정부는 "청년 고용률이 늘고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며 자찬하는 홍보물을 배포했지만 2주일 안 돼 고용 참사의 현실이 어김없이 닥쳐왔다.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은 제조업 부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무려 17만명 감소했고, 건설 업종 일자리도 2만개 사라졌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취업자도 11만명이나 줄었다. 반면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행정·국방,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농림어업 일자리는 27만개 늘어났다.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줄어든 민간 일자리의 공백을 정부가 세금 퍼부어 메운 셈이다. 일자리 창출의 주력이어야 할 민간 고용은 위축되고, 세금으로 만든 관제(官製) 일자리만 늘어났다. 세금으로 급조한 일자리는 세금만 끊어지면 바로 없어진다.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일자리 수치도 참담하지만 고용의 질도 나쁘다.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은 민간 대신 관(官)이 고용을 주도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모든 선진국이 기업 활력을 북돋우고 시장을 활성화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키우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와 규제 철폐에 나섰고, 일본 아베 정부는 친기업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노조가 세기로 유명한 프랑스조차 마크롱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강도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선진국 정부의 이런 노력은 유례없는 일자리 풍년으로 보상받고 있다. 10여 년 전 10%까지 뛰었던 미국의 실업률은 3%대로 떨어졌고, 일본도 26년 만의 최저 수준인 2.4%까지 내려갔다. 반면 과거 고용 우등생으로 평가받던 한국은 일자리 참사를 거듭하면서 미국·일본에도 실업률을 역전당했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선진국들보다 일자리를 못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렇게 된 원인이 뭔지 분석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고집과 아집뿐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주도 정책, 세금 퍼붓는 일자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한다. 참담한 1월 고용실적이 나오고 한진중공업이 '자본 잠식'을 발표한 날에도 경제 부총리는 "공기업들이 올해 2000명을 더 뽑도록 하겠다"는 황당한 땜질 처방을 내놨다.

이 정부 출범 후 늘 이런 식이었다. 형편없는 고용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면서도 근본적인 처방 대신 세금 퍼붓기 대책을 내놓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대학 강의실 전등을 끄는 '에너지 절약 도우미'며 담배꽁초 줍는 일이 고작인 '전통시장 지킴이'를 채용해 일자리 통계를 분식하려는 꼼수까지 썼다. 세금 퍼붓기 대신 친기업·친시장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일자리는 결코 늘어나지 않는다.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쏟아붓고도 최악의 고용참사가 이어지고 있다면 반성하고 노선을 수정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