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고 상설 시설인 '기억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설치된 추모 컨테이너를 지켜온 일부 유족·시민단체도 컨테이너 철거를 조건으로 팽목항에 '4·16(세월호 사고 발생일) 기록관'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진도군은 "팽목항 인근에 이미 국민해양안전관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유족 반발을 우려해 컨테이너 철거는 나서지 않고 있다.

8일 전라남도와 진도군에 따르면 팽목항 컨테이너에 머물고 있는 일부 유가족과 '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4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팽목항에 4·16 공원, 희생자 기림비, 표지석, 기록관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진도군은 요구 사항 가운데 기록관을 제외한 3가지는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가족과 비대위는 "모두 수용할 때까지 컨테이너는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4·16 기록관의 경우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조성되는 국민해양안전관에도 비슷한 시설이 들어갈 예정"이라며 "중복해서 설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추모 컨테이너는 원래 분향소로 쓰였다. 유족들은 애초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 컨테이너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2017년 4월 선체가 인양되자 유가족 측은 2018년 4월 16일 정부합동영결식 후 비워주겠다고 했다. 작년 9월 대부분의 유족이 철수했지만 유족 1명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억관'으로 이름을 바꿔 컨테이너를 지키고 있다.

현재 팽목항은 진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항구 확장·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20년 9월이 완공 목표다. 세월호 추모 컨테이너가 있는 곳은 새 여객 터미널이 들어설 자리다. 철거가 미뤄지면 공사도 연기된다. 이 때문에 진도군은 작년 9월과 올해 1월 컨테이너를 비워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유족과 비대위는 기록관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