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발전소 하청업체들이 맡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담당할 공기업을 신설해 이 분야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들은 그동안 해당 분야 업무를 민간 기업에 하청하는 형태로 처리해왔다. 앞으로는 신설 공기업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이던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대책이다.

김씨는 채용 3개월 만에 석탄 운반 설비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하다 숨졌다. 위험 설비를 점검할 때는 설비가 정지된 상태에서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지만 김씨는 업체 인력 사정 탓에 혼자 근무해야 했다. 김씨는 겨우 3일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한국이 산재(産災) 후진국이 된 것은 원청업체가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도외시해 온 산업 현장 문화 탓도 분명 있다. 국회는 이를 감안해 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이 미흡하다며 반발하자 정부가 다시 추가로 내놓은 해법이 바로 해당 분야 민간 기업 근로자들을 공기업 직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공기업이 되면 저절로 작업 매뉴얼을 더 잘 지키고 안전사고가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신설 공기업에 흡수될 2200여명의 대다수는 민간 기업 정규직 직원들이라고 한다. 이 기업들은 20년 가까이 정부의 발전 분야 독점 방지, 민간 육성 정책에 따라 전문성을 키워왔다. 직원들을 공기업에 뺏기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화'나 '정규직화'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밀어붙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운동권 출신 사장이 비정규직 승무원들을 복직시키고 철도 경쟁 체제를 허문 코레일에선 사흘이 멀다 하고 열차 사고가 났고,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진행된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졌다. 정책의 부작용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강성 노조 눈치만 살피면서 표만 좇는 정부 행태가 만들어내는 부작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