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뽕 거래 30분이면 '끝'…1세트 30만원
'레이디킬러' '데이트 강간 물약'으로 불려
향정신성의약품, 사고팔기만 해도 '불법'
'골뱅이' '홈런' 등 강간문화 표현 심각해

SNS를 통해 검색된 GHB(일명 물뽕) 판매 아이디로 구매를 문의하자 상담원이 보내준 물건의 모습.

"ㅁㅃ(물뽕), 여성 모르게 술이나 음료에 타면 됩니다. 10분이면 뿅가요. 5시간 동안 기억을 못하니, 그 뒤는 알아서 하세요. ㅋㅋㅋ"

아이돌 그룹 빅뱅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운영했던 클럽 ‘버닝썬’에서 이른바 ‘물뽕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약물 성범죄 논란이 일고 있다. 물뽕은 ‘물에 타먹는 히로뽕’이라는 뜻의 합성어다. 버닝썬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상교(28)씨는 자신의 SNS에 "버닝썬 고액테이블 관계자들, 대표들이 술에 물뽕(마약)을 타서 성폭행 당한 여자들 제보도 들어오고 방송사 촬영도 했다"며 버닝썬의 물뽕 의혹을 제기했다.

◇다양한 이름의 GHB
약물관련 성범죄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약학회지 제59권에 실린 통계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약물감정이 의뢰된 성범죄 관련 건은 2006년 28건(5%)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에는 180건(32%)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과 SNS, 물류배송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약물·마약 유통이 쉬워졌고, 이에 따른 성범죄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물뽕은 2001년 제 44차 유엔마약위원회에서 향정신성 마약류로 분류됐다.

국내에선 2001년부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GHB가 향정신성의약품(항정약)으로 지정됐다. GHB를 투약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투약을 하지 않고 GHB를 사거나 판매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뒤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입금을 하거나 직거래 현장에서 체포되는 경우 ‘구매의사 표시’ 혐의로 ‘매매 미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물뽕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20여명의 판매업자를 접촉한 결과, 7명이 물뽕을 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버닝썬 사건 이후 물뽕 논란이 일자, 일부 판매업자들은 구매자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거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클럽 관계자들은 물뽕의 성폭행 문제가 버닝썬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클럽 등지에서는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유명 클럽에서 기획자로 일했던 남모(28)씨는 "클럽에서 일할 때 히로뽕 등 여러 마약이 사용되고, 물뽕은 마약 축에도 못 낀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버닝썬이 이슈가 되면서 물뽕이 알려진거지, 이미 오래전부터 물뽕 문제는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경찰은 클럽 물뽕 성폭행 파장이 커지는 만큼 단속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하고 △클럽 내 성폭력 범죄 △물뽕 이용 의혹 △경찰관과 버닝썬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집중 내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주만 서울청 형사과 마약계장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식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심각한 강간문화 실태…"성범죄, 유머로 소비하면 안돼"
일각에서는 일부 젊은층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진 이른바 '강간문화'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페미당당 등 페미니즘 단체들은 "GHB를 '물뽕'과 같은 희화화한 언어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으며, SNS을 통한 '클럽 불매 운동'에도 나섰다.

강간문화를 설명하는 클럽 은어도 다양하다. 물뽕 등 약물을 이용해 강간에 성공하는 행위를 가리켜 ‘홈런친다’라고 표현한다. 만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일컬어 ‘골뱅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여성을 강간하는 것을 ‘골뱅이 주웠다’거나 ‘골뱅이 먹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실제 지난 3일 디스패치가 공개한 버닝썬 직원들로 추정되는 클럽 이사와 직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ㄱㅂㅇ(골뱅이)구해볼께" "(VIP)룸에서 ‘물게(물 좋은 여성 게스트)’ 찾는다" "홈런치게 도와줘"라는 말이 오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언어가 사고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은어나 강간문화를 반영한 표현들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