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보면 길이 800㎞, 폭 200여 ㎞의 커다란 산줄기가 중국의 복판을 흐른다. 친링(秦嶺)이라는 산맥이다. 옛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이 있던 산시(陝西)가 무대다. 큰 관심을 받는 곳이다.

지상의 최고 권력자인 황제의 기운이 흐른다고 하는 풍수상의 용맥(龍脈) 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산맥의 한 줄기도 개혁·개방 이후 거센 개발 붐에 싸인 적이 있다.

산맥의 북쪽 한 자락이 옛 장안, 지금의 시안(西安)으로 흘러내리는 곳에 호화 별장이 많이 들어섰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은 2년 뒤 이 별장들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 총서기의 명령은 그러나 잘 먹히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진핑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철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말발'이 먹히지 않자 시진핑은 아주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마침내 이 친링의 호화 별장군은 2018년 들어 대규모 철거 작업의 국면을 맞았다. 거듭 이어지는 공산당 최고 권력자의 명령을 피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개발 이익을 노렸던 현지 지방정부의 관료들은 이제야 법의 철퇴를 맞고 있다.

친링산맥은 생태 환경이 좋아 국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한 곳이다. 따라서 시진핑의 거듭 이어진 지시가 어색하지 않다.

더 큰 관심사는 이를 두고 "정치 명령이 중난하이를 벗어나지 못한다(政令不出中南海)"는 말이 나돈 점이다. 최고 지도부의 지시가 그들이 살고 있는 중난하이에서만 맴돈다는 뜻이다. 공산당 중앙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시선이 깔려 있다.

경제 침체의 가능성에 무역·과학기술·군사·외교 영역에서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요즘 ‘정치적 단결’을 연일 강조한다. 친링의 호화 별장 철거 스캔들과 맥락을 함께하는 현상이다. 중국이 이래저래 어수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