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빵을 떡으로 한번 바꿔봤어요. 느끼할 줄 알았던 버터와 떡이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고요." 서울 이수역 남성시장에 있는 작은 떡집 '정애맛담' 주인 김정애씨 말이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앙버떡. 한동안 몇몇 빵집에서 크게 유행했던 '앙금버터빵'을 떡 형태로 바꾼 것이다. 빵 대신 설기 사이에 고메버터와 팥앙금을 끼워넣었다. 김씨는 "떡 200~300개가 내놓자마자 팔려나간다"면서 "나이 어린 고객들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고 했다.

별의별 종류의 이색 떡이 인기다. 크림치즈나 티라미수 크림을 품은 새로운 형태의 떡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젊은 세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과거에 빵으로 유행했던 것이 떡으로 응용돼 진화한 것. 팥이나 콩 앙금, 완두콩 등이 들어간 전통 영양떡도 예쁘고 고급스럽게 포장돼 팔려나간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 설기 사이에 팥 앙금과 버터를 넣은 앙버떡, 통옥수수와 크림치즈를 품은 마약떡과 이를 팬케이크처럼 구운 것, 민트크림에 초코칩을 넣어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민트초코 인절미.

최근 가장 '핫하다'는 소리를 듣는 떡은 온라인 가게 '청년떡집'에서 파는 '마약떡'이다. 카스텔라 빵가루를 뿌린 쫄깃한 찹쌀떡 안에 옥수수 알갱이와 달콤한 크림이 담겼다. 한동안 10~20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던 옥수수 크림빵을 떡으로 바꾼 것이다. 이 가게에선 '오레오 크림치즈 떡' '파마산 크림치즈 떡' 등도 내놓는다. 이곳 이순영 팀장은 "떡의 고정관념을 깨고 이전엔 상상도 못 했던 퓨전 떡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떡집과 손잡고 20~30대 직원들이 개발실장부터 마케터로 활약한다. 시중에 나온 온갖 빵과 디저트, 과자류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떡에 응용할 것이 없나 찾아낸다고 했다. "의외의 꿀 조합을 찾는 거죠(웃음)."

작년 7월 문을 연 또 다른 온라인 떡집 '인절미' 역시 유명 셰프가 만드는 퓨전 떡으로 소문났다. 압구정 도산분식, 신사동 배드파머스 등을 연달아 성공시킨 CNP 푸드의 김형순 셰프가 총괄을 맡았다. 대표 상품은 한 입 베어 물면 마스카포네 치즈가 터져 나오는 '진짜 티라미수 인절미'. 겉엔 초코 가루가 뿌려져 있어 영락없는 티라미수 맛이 나고 찹쌀떡 속엔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 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스무 개들이 1000상자가 10분 안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유명 아이스크림 매장의 '민트초코칩'을 떡맛으로 재현한 '민트 초코 인절미'도 인기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카페 로야디는 '떡 샌드위치'와 '설기 크로크무슈'로 유명하다. 떡 샌드위치는 흰 강낭콩으로 만든 설기 사이에 토마토와 양상추 등 야채와 크래미나 햄 같은 재료를 넣어 만든다. 설기 크로크무슈엔 햄과 치즈를 올린다. 로야디의 김은송 셰프는 "쫀득한 질감 때문에 처음엔 아리송했는데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찹쌀 브라우니, 단호박 설기, 마들렌 같은 떡 디저트 제품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북식 인절미로 유명한 전통 떡집 '도수향'은 맛도 맛이지만 포장이 남달라서 인기인 곳. 포장비를 더 내고 미리 주문하면 형형색색의 보자기로 앙증맞게 포장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