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뿌리치고 있다.

판사 출신 이상원 변호사, 변호인단 추가 합류
양 전 원장, 구속 후 첫 檢조사서 진술 거부 않고 혐의 부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변호인단이 27일 밝혔다. 구속적부심은 구속 여부가 합당한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구속 사후(事後) 절차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 최정숙 변호사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첫날인 지난 24일 오전 9시 30분부터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양 전 대법원장을 접견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단은 수감 생활과 구속 이후 변호 전략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이 다음 달 중순 검찰이 기소한 이후 재판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었던 법원 측에 재차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지난해 10월 구속 이후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의 기소 시점을 전후해 변호인단을 대폭 보강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40여개에 달하고, 검찰 수사 기록도 20만쪽이 넘는 등 방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단은 "기소 후 변호인단 구성 문제는 우리 내부 문제라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변호인단에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52·23기)·김병성(41·38기) 변호사 외에 판사 출신 이상원(50·23기)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실질심사 심문 당일 변론 전략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199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서울고법 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은 그는 양 전 대법원장이 1999년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같은 법원에 근무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 개업 이후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박철언 전 의원의 사위로도 알려져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5일 구속 후 첫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 만료 시점인 내달 12일까지 보강수사를 한 뒤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