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019년 1월 23일(현지시각)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서 헌법전을 들고 ‘임시 대통령’으로서 선언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이 26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에 8일 내로 대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선거 방안이 8일 이내로 발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티나 피에츠 독일 연방정부대변인도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은 자유롭고 안전한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8일 이내로 선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역시 이날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은 니콜라스 마두로에게 선거 계획을 발표하는 데 8일의 시한을 주겠다"며 "(선거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트위터에서 같은 입장을 발표하고 "과이도는 베네수엘라를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핵심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영국은 사전 조율을 거쳐 이날 동시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득표율 68%로 재선에 성공했으며 지난 10일부터 6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베네수엘라 거리 곳곳에선 마두로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反) 정부 시위가 열리며 혼란에 빠졌다. 야권의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 수감 등으로 선거 후보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사실상 ‘기울어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마두로 정권의 퇴진 요구를 주도하는 과이도 의장은 지난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마두로 정권은 반미 성향인 반면 과이도 의장은 친미 성향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EU 등 서방 국가와 우파 정부인 브라질 등이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반면, 베네수엘라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 쿠바, 멕시코 등이 마두로 정권 편에 서면서 국제사회가 편이 갈리고 있다.

반미 진영의 대표 국가이자 경제, 군사적으로 베네수엘라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이란 역시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장관이 25일(현지시각)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 정부는 미국의 음모에 맞선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정부와 국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장관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의 행태에 국제적인 차원에서 대항하는 방법을 논의했다"며 "베네수엘라 정국과 관련해 이란 정부가 계속 의견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