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김(한국명 김홍석·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겸 최고기술혁신책임자(CTO)는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이 교수들의 우수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맞춰 대학과 사회가 변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한 발짝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실과 떨어진 대학은 결국 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 교수들은 외부 활동에 제약이 없나.

"스탠퍼드는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외부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할지 고민한다. 상당수 학부나 대학원에는 일주일에 2~3번씩 전문 투자자가 와서 상주한다. 학생이나 교수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곧바로 창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교수들이 연구나 창업 등으로 강의보다 더 발전적인 일을 한다고 판단되면 강의도 하지 않아도 된다."

―왜 창업이나 산학 협력이 중요한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와 학생이라면 취업보다는 당연히 남들이 가지 않은 일을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보통 현실에 없는 것, 현실에서 막힌 것을 푸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산업이나 사회 현실과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면 그걸 활용할 가장 간단한 방법이 산학 협력이고 창업이다."

―한국 대학들은 왜 외부 협력에 소극적이라고 보는가.

"모든 것을 교육부가 쥐고 있으면 대학은 빠르게 현실을 반영하기 힘들다. 한국 대학은 모든 과정에 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에 창업 같은 현실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스탠퍼드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교수들이 창업 전문가라는 점이다."

―한국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전 세계 대학은 창업·취업을 잘하거나 연구 중심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특화되는 추세이다. 한국 대학들은 취업을 중시하지만 여전히 강의 중심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최고 수준의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인데 강의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한국 대학들도 명확하게 갈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처럼 모든 대학이 모든 학과를 갖고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면 결국 공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