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공룡’ 구글이 지난해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보다 5배나 많은 로비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IT 대기업들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미국 의회의 청문회 ‘타깃’이 되자, 워싱턴 정계에 정치자금으로 약 720억원을 썼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업계가 정계 로비로 지출한 금액은 약 6400만달러(약 72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특히 구글은 지난해 의회와 백악관, 관련 당국에 로비하는 데 2100만달러(약 240억원)를 쓰며 모든 산업을 통틀어 2년 연속 ‘로비액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는 지난해 로비 자금으로 약 420만달러(약 47억원)를 사용했다.

2018년 12월 11일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미국 정부와 의회는 지난해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IT 대기업들에게 집중조사와 규제법안이라는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시작으로 순다 피차이 구글 CEO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줄줄이 의회 청문회에 소환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묻는 의원들의 질타 속에서 사과했고,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의 알고리즘이 진보 성향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에 해명했다. 구글의 위치정보 추적 기능도 사생활 보호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됐다. 제프 베조스는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원들의 맹공격에 한바탕 고초를 치른 이들은 ‘로비 공세’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1420만달러(약 160억원), 페이스북은 1260만달러(약 142억원), 마이크로소프트는 950만달러(약 107억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 이는 대부분 지난해보다 10% 가량 증가한 수치다. 미국은 정치권 로비가 합법인 나라로, 대신 로비스트의 등록과 활동내용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IT 전문 로비회사 테크넷의 린다 무어 회장은 "어떤 분야가 산업으로 성장해 자리잡게 되면, 많은 것들이 가능해지지만 그 결과에 대한 조사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테크넷은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의 로비를 담당하는 회사다. 한 테크 싱크탱크 관계자는 "IT 업계의 많은 이들이 ‘이런 일을 매년 당하게 되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며 "워싱턴 정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미국 IT 업계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이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P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개인정보 수집과 수익화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원과 하원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다시 의회로 불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담 시프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하이테크 업계는 정부와 최대한 엮이지 않으면서 알아서 혁신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