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연설 "자국 안전⋅표준, 전세계에 요구 안돼"...화웨이 장비 배제 美 간접 비판
"각국의 기술관리 모델 존중하라"...폼페이오 "중국, 미국 원칙 따라야 한다"에 반박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은 23일 "각국의 주권을 존중해야한다"며 "기술패권을 추구해서도,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중국의 국가중심적인 경제모델과 자국내 전체주의 수용 등을 세계가 직면한 위협으로 지목한 데 대한 대응이다. 중국 ‘기술 굴기’ 억제를 위해 무역전쟁에 나섰다는 평을 듣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선 변경 요구를 비판했다는 관측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주석(사진⋅신화통신)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틀째인 이날 연설을 통해 "각국이 스스로 선택한 기술관리 모델 및 공공정책과 글로벌 기술 관리시스템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제조 2025’ 같은 중국식 첨단산업 육성책을 타깃으로 미국이 지난해 시작한 무역전쟁을 의식한 발언이다.

왕 부주석은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노선이 정확했다며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다보스포럼 위성연설을 통해 "(미중)관계의 방향은 미국이 지지하는 원칙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자유롭고 개방된 바다,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협정 등에 중국이 부합하는 정책을 편다면 두 나라가 함께 번영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왕 부주석은 "중국이 국정 상황에 부합하고, 시대의 요구에 적절한 정확한 길을 걸어왔다"며 "흔들리지 않고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부단히 보완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근본 정치경제 제도, 인민중심의 발전사상을 시종견지하고 마르크스주의와 중국 실제를 결합해 세계 2위 경제대국, 제1위 공업국, 제1위 상품무역국을 이뤄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왕 부석은 "4차 공업혁명시대의 글로벌 지배구조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각국은 특별한 신흥시장 국가와 개도국의 이익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과 개별국가의 안전과 표준을 전세계에 요구해서는 안된다"며 "과학발견과 기술혁신의 확산을 위한 광활한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기술활동을 해서도, 용납해서도, 보호해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은 물론 동맹국으로 하여금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배제에 나서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비친다.

왕 부주석은 "발전의 불균형은 발전으로 해결해야한다. 공평과 효율간의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며 ‘케익론’을 꺼냈다. 그는 "케익을 크게 하는 과정에서 케익을 더 잘 자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케익 만드는 것을 멈추고 케익 자르는 법에 대해 헛된 논쟁을 벌이는 건 안된다. 남 탓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왕 부주석은 중국 경제에도 불균형 문제가 있다면서도 중국의 선택은 자신의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로, 199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의 성장은 계속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것이란 점이다"고 말했다. "성장 속도가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경제발전의 질과 효율"이라는 중국 당국의 레토릭도 반복했다.

'세계화 4.0: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아키텍쳐(Global Architecture) 형성'을 주제로 22일 개막한 다보스포럼은 2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