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땅' 그리스는 영화나 연극과 달리 인간의 출입을 금하지 않는다.
고대 도시 아테네, 공중 수도원 메테오라, 환상의 섬 산토리니까지 9일간의 탄탄한 여정을 앞두고 기분 좋은 긴장감이 솟구친다.
여행자는 각자의 개성과 색으로 여행이라는 도화지를 마음껏 채운다.
필자에게 그리스는 어떤 색도 마다하지 않는 순백의 도화지를 닮았다.
Day 1~2 인천-아테네-메테오라
그리스(Greece) 수도 아테네(Athen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대략 기원전 7세기부터 인간이 정착한 역사가 있다. 로마, 비잔틴, 오스만 제국 등 주변 국가와 활발하게 교류하며 당대의 예술, 학문, 종교, 철학까지 지성의 용광로 역할을 맡았다.
첫 일정인 메테오라(Meteora)는 '하늘 위 수도원'이라는 뜻으로 우리에게는 영화 〈300〉의 촬영지로도 친근하다. 테살리아(Thessaly) 평원 중간에 기이한 모양의 봉우리가 솟아있는데, 각 봉우리 끝에 메가론 메테오른, 발람,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성 니콜라스 아나파우사스까지 여러 개의 수도원이 자리한다. 낮게는 20m, 높게는 400m에 이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수도원 건물은 위태로운 동시에 경이롭다. 여행 중 이토록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날 때마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Day 3~5 델피-아라호바-코린토스
그리스 최대의 유적지 '델포이(Delphi 델피)'는 태양의 신 아폴론에게 제를 올리고 신탁을 받는 신성한 땅이다. 종종 여행자들은 델포이 입구에 도착한 순간부터 저절로 우러나오는 경외심에 고개를 숙인다. 델포이 입구에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 '아고라(agora)'로 쓰였던 터가 남아있다. 광장 혹은 시장이라는 의미의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화합의 장소였다. 그리스인들은 초기 아고라에서 정치, 법, 종교를 논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그들만의 문화와 역사를 꽃피웠다.
광장에서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아폴론 신전(Sanctuary of Apollo)으로 발길을 돌렸다. 델포이 입구에서 신전까지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을 그리스인들은 신성한 길(Scared Way)이라 칭송한다. 파르나소스 산(Parnassos Mountain) 동쪽에 위치한 아폴론 신전은 198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기원전 370년경 세워진 신전으로 지금은 둥근 기둥과 토대만 남아 조금은 쓸쓸하다. 하위 구조를 제외한 신전 대부분 손실됐지만, '아테네인의 보물창고(Athenian Treasury)'만은 온전한 관람이 가능하다. 보물창고는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쟁에서, 페르시아군에게 승리한 아테나가 아폴론 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려고 세운 창고다. 두 개의 도리아 양식(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의 기둥이 창고 남쪽 벽을 지지하고, 벽에는 '마라톤 전투에서 메데스의 전리품으로 아테네인이 아폴론 신께 바친다'라는 헌사가 새겨져 있다.
델포이와 안녕을 고하고 아라호바(Arachova)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라호바는 파르나소스 산 중턱에 있는 한적한 마을로 KBS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주황색으로 빛나는 오밀조밀한 지붕들이 산맥 아래 펼쳐진 모습이 흥미롭다. 마을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아 사진을 찍는 여성들이 많다. 참고로 아라호바는 겨울철, 아테네 근교에 유일한 스키장으로 주목받는다.
아테네에서는 차량으로 약 30분이면 이동하는 코린토스(Corinth 고린도)는 성지순례는 물론 세계 3대 운하 중 하나인 '고린도 운하(Corinth Canal)'를 보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고린도 만을 중심으로 고대부터 번성한 항구도시이며 한창 번성할 때는 2만 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야외 경기장도 운영했다. 특히 고린도 유적지는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가 재건한 곳으로 신석기 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의 유적을 다량으로 보유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Day 6~7 산토리니-미코노스
그리스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하나같이 '산토리니(Santorini)'를 언급했다. 강경할 정도로 방문을 권하는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의문이 쌓였지만, 막상 섬에 내리자 모든 의심이 금세 사라졌다. 산토리니는 가슴을 뒤흔든다. 맑고 푸른 바다에 투명한 구름이 번지고 슬그머니 새들이 날아오르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에게 해(Aegean Sea)에 둘러싸인 작은 섬, 평지가 아닌 높은 절벽에 있는 마을은 한 폭의 수채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
산토리니에서 배로 약 3시간이면 도착하는 미코노스 섬(Mykonos)은 허니무너와 연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로 하얀 풍차가 돋보인다. 한때는 풍력을 이용해 곡식을 찧었지만, 현재는 관광용으로만 존재한다. 그중 카토밀리(Katomilli) 언덕은 해풍을 맞대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다섯 개의 풍차가 도열한 풍경이 근사하다. 만약 아름다운 석양과 칵테일 한 잔의 낭만을 원한다면 베네치아 양식의 집들이 주변을 에워싸는 '리틀 베네치아'가 제격이다. 또,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호라(Chora)는 한낮의 조용함과는 대조적으로 밤이 되면 화려한 도시로 변한다. 다양한 즐길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는 젊은 여행자들로 분위기가 고조된다.
Day 8~9 아테네-인천
여행의 대미는 아테네에서 장식한다. 아테네는 소크라테스 감옥, 디오니소스 극장, 에릭테온 신전, 니케 신전 등 볼거리가 풍성하지만, 사람들은 관례처럼 '아크로폴리스(Acropolis)'를 1순위로 둔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높은'을 뜻하는 아크로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가 합쳐진 단어이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이었던 높은 언덕을 의미한다. 언덕에는 주로 신전과 요새, 보물창고 등을 구축하는데,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은 그리스 예술의 절정이라 불릴 정도로 가치가 남다르다.
아크로폴리스의 출입구이자 관문인 프로필라이아(Propylaia)를 지나면 고고하고 위엄 있는 파르테논 신전이 얼굴을 드러낸다. 기원전 5세기에 설립된 파르테논 신전은 도시의 수호신이었던 아테나 여신에 봉헌됐으며 그리스 건축물 중 유일하게 바닥과 기둥 그리고 지붕에 오롯이 대리석만을 사용했다. 파르테논 신전은 고대 그리스와 아테네 민주 정신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최고의 걸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아테네를 끝으로 신과의 여행은 아쉬움을 남긴채 마무리하지만, 그리스에서 마주했던 독특한 풍경과 역사는 오랜 기간 가슴에 남을 것이다.
수도 아테네(Athens) 비자 90일 무비자
비행시간 아테네까지 직항 기준 약 12시간 30분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느림 공용어 그리스어
화폐 유로(Euro, 1Euro = 1,281원, 2019년 1월 18일 기준) 전압 220V, 50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