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서민은 어떻게 살라고 연탄값을 자꾸 올리시나요. 저희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연탄은행연합회가 23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발언대회를 열었다. 연탄은행은 기부를 받아 저소득층에 무료로 연탄을 나눠주는 단체다.

이들은 저소득층의 연탄값은 동결(凍結)하고 영업용 연탄값만 인상하는 ‘연탄가격 이원제’ 도입을 요구했다. 앞서 연탄은행 측은 지난달 31일부터 이곳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1인 시위에는 회원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연탄을 때는 어르신들은 한목소리로 "연탄값이 올라 살기 어렵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리 서민의 근심거리가 있습니다. 나날이 연탄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서민도 안정된 상황 속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연탄값을 인하해 주세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최영무(86)씨의 말이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이 연탄값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하는 연탄 공장도가는 지난 2015년 373.5원에서 매년 14%~19.6% 오르며, 2018년 639원이 됐다.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3년 사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평균 연탄값은 500원에서 840원으로 68%나 뛰었다. 고지대 달동네나 옥탑방, 산지(山地) 등 빈민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배달료가 추가되면서, 연탄 한장당 가격이 1000원을 넘어섰다는 연탄은행 측 설명이다.

한 가구가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연탄이 600장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가구당 부담이 36만원 정도에서 50만원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연탄 사용가구 대부분이 월소득 25만원 미만인 절대 빈곤층이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 회장은 "서민의 연료인 연탄(煉炭)이 금탄(金炭)이라 불리고, 영세노인들은 ‘연탄 때는 것이 죄인된 심정’이라 한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자원통상부는 올해도 연탄값을 20%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연탄값이 오르는 이유는 정부가 지난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제출한 ‘G20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계획’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화석연료 가격을 왜곡하는 생산자 보조금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연탄값은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생산원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현재는 생산원가가 100원이라면 판매가는 76원 수준인 셈. 하지만 산업부는 2020년까지 보조금을 전면 폐지해 생산원가와 판매가를 똑같이 맞출 계획이다. 연탄값이 앞으로 더 오른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이 연탄을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연탄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는 ‘연탄쿠폰’의 사용금액을 31만3000원에서 29.7% 인상해 40만6000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연탄은행 측은 "연탄쿠폰 만으로는 빈곤층의 연탄값을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탄은행 조사에 따르면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14만 가구 중 10만 가구가 월소득 25만원 미만의 절대 빈곤층, 반면 연탄쿠폰 대상자는 6만4000명뿐이다. 약 3만6000여명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탄은행 측에서 절대 빈곤층을 보는 기준점이 달라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중 절대 빈곤층은 6만4000명으로 전체 인원에 대해 연탄쿠폰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언대회를 마치고 연탄사용 가구 어르신들은 "문 대통령이 연탄값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연탄은행은 오는 31일 청와대 분수대광장 1인시위를 마치고 ‘연탄가격 이원제 도입을 위한 서명’(5만481명 참여)도 청와대에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