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아시안컵 8강에 오른 일본과 4강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됐다. 베트남이 일본을 꺾는다면 이 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베트남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 박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쉽지 않겠지만 도전 한 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20일(현지 시각) 오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19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

베트남은 오는 24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일본은 21일 오후 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 16강전에서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헤딩골로 사우디를 1-0으로 이겼다.

박 감독은 이날 8강에서 만날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일본-사우디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일본이 승리한 뒤 박 감독은 국내 취재진에 "일본과 붙게 됐다. (일본 팀 선수들은) 거의 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전력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고, 쉽지 않은 상대"라면서도 "도전 한 번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특히 "일본은 중앙이 굉장히 밀집됐고, 정교한 패스가 뛰어나다"며 "허점을 보면 놓치지 않는다. 그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은 박 감독이 베트남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미니 한일전'으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일본이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일본은 50위, 베트남은 100위다. 또 일본은 이 대회에서 4회 우승해 아시안컵 역대 최다 우승팀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조별리그 F조에서 패배 없이 16강에 진출했고, 사우디전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승리를 가져갔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0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16강전(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을 확정 짓자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달려가는 모습. 박항서 베트남 감독(왼쪽 셋째)도 코치진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베트남도 뒤지지 않는다. 조별리그에서는 잠깐 주춤했지만 요르단과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트남의 첫 토너먼트 승리였다.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한 베트남은 일본만 꺾는다면 이 대회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또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박 감독은 일본팀 사령탑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지략대결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은 1-0으로 일본을 이겼다. 다만 박 감독은 이에 대해 "그때는 23세 이하 대표팀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모리야스 감독은 8강전을 앞두고 "박 감독은 23세 이하 대표팀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경험도 풍부하고 빼어난 역량을 갖춘 감독"이라며 "베트남은 수비가 강하다. 하지만 공격에도 강한 선수들이 있어 위협적이다. 우리는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