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이웃나라 마케도니아의 국명(國名) 변경에 합의했지만, 그리스 국민이 반대하면서 20일(현지 시각)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마케도니아가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기로 했음에도 그리스인은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이름에 마케도니아라는 단어를 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신타그마 광장 등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가에서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합의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와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로이터·AP 등은 경찰 추산 6만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는 구제금융 기간 열린 긴축반대 대형 집회를 넘는 수치다. 이번 시위에는 마케도니아와의 국명 변경 합의안에 반대 여론이 높은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원정 온 사람도 많이 참여했다.

2019년 1월 21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가에서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합의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와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경찰은 최루탄으로 맞대응했다. 거리는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그리스 국기로 가득 찼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다"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기로 했지만 시위대는 이마저도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아예 국명에서 마케도니아를 빼버리라는 것이 시위대의 주장이다.

이번 시위는 마케도니아의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기로 한 합의안에 대한 그리스 의회의 표결 앞둔 상황에서 벌어졌다. 그리스 의회는 오는 21일부터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합의안 비준을 둘러싼 토론에 착수한다. 늦어도 오는 25일까지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승인 여부를 가리게 된다.

앞서 마케도니아 의회는 국명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안 비준을 준비하고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다. 반대 세력에 위기를 겪은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6일 의회에서 실시된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했다.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는 지난해 6월 마케도니아의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줄곧 마케도니아의 국명 변경을 바라왔던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이름을 바꾸는 대신 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합의안으로 양국은 화해 국면을 맞았다.

양국은 마케도니아 국명을 두고 쭉 마찰을 빚어왔다. 마케도니아가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하면서 국명을 마케도니아로 정하자 그리스가 발끈한 것이다. 그리스인은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에서 이름을 가로채 역사를 빼앗아갔다",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다스리던 고대 그리스 왕국의 이름이고, 실제 그리스 북부 지역에는 마케도니아주(州)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마케도니아도 질세라 물러서지 않았다. 마케도니아인은 "우리 영토 대부분이 고대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왕국 영역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적통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마케도니아가 이런 분쟁 속에 2006년 수도 스코페에 있는 국제공항 이름을 ‘알렉산더대왕공항’으로 바꾸면서 양국의 갈등은 심화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를 압박하기 위해 마케도니아의 NATO와 EU 가입을 막는 조처를 했다.

그러다 2017년 5월 마케도니아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꾀하는 자에브 총리가 취임하면서 양국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그는 NATO와 EU 가입을 위해 그리스 측의 주장을 들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해 합의안이 마련됐다.